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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잃은 지구…'빛 공해' 면적, 해마다 2% 이상 증가

중앙일보

입력

인공조명이 발달·확대되면서 지구가 어둠을 잃어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 아폴로 17호가 1972년 12월 7일 찍은 지구의 모습 [연합뉴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 아폴로 17호가 1972년 12월 7일 찍은 지구의 모습 [연합뉴스]

영국 BBC는 22일(현지시간) 영국·독일 연구팀이 지구의 밤을 촬영한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밤사이 인공조명으로 밝혀진 야외 공간의 면적이 해마다 2% 넘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영국 엑서터대 케빈 개스튼 교수 연구팀과 독일 포츠담 지구과학연구센터 크리스토퍼 카이바 박사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복사계(야간 조명도 측정장치) 자료를 분석한 결과가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사진 사이언스 어드밴스 홈페이지]

[사진 사이언스 어드밴스 홈페이지]

연구팀의 분석 결과, 이미 '세계에서 가장 밝은 국가'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던 미국이나 스페인 등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대륙에선 최근 5년새 야간에 밝은 지역이 더욱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NASA의 복사계가 LED 조명기기의 '블루라이트'는 감지하지 못하는 만큼, 연구팀은 당초 '밤에 밝은 지역'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계적으로 LED 조명의 도입이 늘고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사계로 측정한 밝은 면적이 늘어 연구팀은 실제 빛공해에 노출되는 지역이 이보다 더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스튼 교수는 "이제 유럽에서는 야간 불빛이 없는 자연적인 밤하늘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빛을 필요한 지역에 필요할 때 비추고 불필요한 곳에는 낭비하지 않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카이바 박사는 도심의 조명을 현재 수준보다 조금 어둡게 조정하더라도 시야 확보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인간의 시각은 불빛의 양이 아니라 명암의 차이에 좌우된다"며 "야외에서 번쩍이는 가로등을 없앰으로써 명암의 차이를 줄이면 적은 양의 빛으로도 더 잘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BBC 홈페이지]

[사진 BBC 홈페이지]

BBC는 인공조명으로 반짝이는 지구의 밤 모습이 아름다워보일지 몰라도 인간의 건강과 환경에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사협회(AMA)는 지난해 저질 LED 조명이 방출하는 '블루라이트(Blue light)'가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방해해 수면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엔 인공조명이 야행성 곤충들이 꽃가루를 옮기는 것을 방해해 농작물 수확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실리기도 했다.

한편, 지속적인 내전으로 무고한 민간인들의 큰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시리아나 예멘 등 분쟁지역에선 이 기간 '빛 공해'에 시달리는 면적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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