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4년차 … YS·DJ 땐 무슨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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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5일로 취임 3주년을 맞는다. 4년차 정부로의 진입이다. 4년차 정부는 독특한 성격을 지닌다. 강원택(숭실대 정치학) 교수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관심 감소와 공무원의 기강 이완, 선거 등의 변수로 어느 정도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이 불가피한 시점"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5년 단임 대통령이 일을 마무리할 마지막 시간"이라며 "기존 정책의 추진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레임덕 최소화를 위한 국면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는 아직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과거엔 제왕적 권력이 서서히 무뎌지다가 어느 순간 급자기 권력누수가 왔다"며 "그러나 현 정부는 권력기관 독립, 당정 분리로 권력을 분산해 놓아 치명적 레임덕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만만해 보이지는 않는다.

현 정부는 34%의 낮은 국정운영 지지도(본지 21일자 조사)로 4년차를 맞는다. 권력 지도를 재편할 5월 지방선거도 다가온다. 사회 갈등과 양극화의 심화는 권력의 안정적 운용을 갈수록 위협하고 있다. 곳곳이 암초인 셈이다. 레임덕 관리에 실패했던 김영삼.김대중 정부의 4년차는 이런 측면에서 의미 있는 교훈을 제시해 주고 있다.

김영삼(YS) 정부는 4년차 첫날인 1996년 2월 26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에 대한 첫 공판을 했다. '역사 바로 세우기'의 본격화였다. 직후 실시된 4.11(15대) 총선에서 집권당인 신한국당은 수도권 압승을 거뒀다. 전체 299석 중 139석의 안정 의석을 확보했다. 당시 김 대통령은 "연말까지 차기 대선 후보를 언급하지 말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레임덕은 여권의 교만에서 시작됐다. 96년 12월 26일 새벽 여당은 정리해고 조항을 포함한 노동법 개정안을 기습 처리했다. 넥타이 부대까지 가세한 대규모 파업 사태가 이어졌다. 한때 1000포인트까지 올랐던 주가는 700포인트대로 곤두박질쳤다. "펀더멘털(fundamental.기초)이 좋은데 별일 있겠느냐"며 방심해 온 경제는 결국 화를 불렀다.

97년 1월 23일 한보철강이 부도처리되면서 짙은 먹구름이 몰려왔다. 한보 사태는 정.관계 비리를 드러내며 '게이트'화됐다. 그해 2월 대통령 아들 현철씨의 국정.인사.이권 개입이 드러나면서 정권은 만신창이가 됐다. 여론조사 전문가는 "YS는 4년차 관리에 실패하며 결국 지지도 전무(全無)의 상황으로 물러나야 했다"고 분석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4년차는 보다 극적이다. 2001년의 시작은 좋았다. 그전 해 6월의 남북정상회담, 12월의 노벨상 수상으로 어느 때보다 대통령에게 힘이 실렸다. 그러나 역시 자만은 독약이었다. 고분고분하지 않은 언론사에 2001년 2월부터 4개월간의 세무조사가 실시됐다.

"내치(內治)는 박지원, 외정(外政)은 임동원"이라던 측근들의 독주도 문제였다. 그해 8월 한나라당이 낸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 건의안에 DJP 연합정권이던 자민련이 가세했다. 9월엔 DJP 공조가 깨졌다. 내부 권력 관리의 실패였다. 10.25 재.보선에서 DJ 정권은 한나라당에 완패하며 무릎부터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장악력을 상실한 김 전 대통령은 11월 민주당 총재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각종 권력형 부패가 치명타란 점은 공통이었다.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특검으로 대통령 처조카인 이형택씨, 대통령의 집사 격인 이수동 아태재단 상임이사가 구속됐다. 사건은 대통령 차남 홍업씨 구속으로 이어졌다. 대통령 3남인 홍걸씨가 '최규선 게이트'수사로 구속된 지 한 달 만이었다. 민심은 이반됐다.

전문가들은 4년차 참여정부에 두 가지를 더 주문하고 있다. "일부 국민, 계층만 대변하지 말고 다른 계층의 얘기에도 귀를 기울이라"(나성린 한양대 교수)는 '통합'에의 당부였다. 경제적 양극화 해소도 중요하지만 생각과 이념의 양극화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어젠다의 제시보다는 그간 추진해 온 정책의 성과가 나타나도록 선택과 집중에 힘쓰라"(강원택 교수)고도 했다. 무리한 정치적 승부수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였다.

최훈.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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