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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CoverStory] 화살표 따라가면 귀인이 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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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잡지.인터넷 공간에서 이 같은 유형의 심리테스트를 해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검색엔진에 들어가 '심리테스트'를 입력하면 수백 개의 관련 사이트와 문서가 줄을 잇습니다. 그 내용도 자신과 주변 사람의 성격이나 재능을 알아보는 기본적인 것부터 다이어트 유형, 연애 실패율, 전생 알아보기 등 기발한 것까지 다양하지요. 심리검사를 목적으로 하는 전문적인 테스트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이트의 방문자 수를 늘리는 '바람잡이' 콘텐트로 쓰인다는군요. 얼마 전 유행한 혈액형별 심리테스트는 '열풍'으로 표현될 만큼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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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볼펜으로 체크까지 하며 열심히 테스트 항목을 따라가다 보니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재미있긴 한데 근거가 있는 걸까? 결과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 이번 주 week&은 바로 이런 궁금증에서 출발했습니다. 심심풀이로 해보는 심리테스트, 그 속에 숨은 심리학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글=신은진 기자 <nadie@joongang.co.kr>
일러스트=윤서인 (blog.yahoo.co.kr/siyoon00)
심리테스트 구성=야후코리아 심리웹진 구냥 (kr.ring.yahoo.com/WEBZINE/)

*** 이런 사람이 당신의 성공 파트너!

항상 변화를 추구하는 대담한 당신. 사무실에서 서류를 들여다보기보다 현장에서 뛰며 직접 부딪치는 것이 성미에 맞다. 늘 냉정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승부사 타입이다. 하지만 당신이 바깥에서 뛰어다니려면 안에서 살림을 돌봐주는 누군가가 필요하게 마련.

당신은 차분하고 관찰력이 뛰어난 '살림꾼'을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 성격 역시 너그럽고 여유만만한 사람이어야 당신과 궁합이 맞는다. 카리스마 있고 개성 강한 당신을 희석해줄 수 있는 '물'같은 측근을 만들라는 것. 이런 파트너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약자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당신 대신 주변 사람들을 포용해 줄 수 있다.

정치인들 가운데 '안정감과 합리성'을 갖췄다고 인정받는 고건 전 국무총리가 이런 타입이다. 격동의 세월을 거치며 개성 강한 권력자들 밑에서 일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정치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처세의 달인'으로 꼽힌다. 영국 밴드 비틀스의 드러머인 링고 스타는 괴짜 천재인 멤버들이 10년 동안 큰 충돌없이 섞일 수 있도록 노력한 인물. 비록 음악적 재능으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밴드의 '살림꾼' 역할을 자처하며 존 레넌과 폴 메카트니 사이의 불화를 가라앉히는 역할을 했다.

당신은 일도 많이 하고 사고도 많이 치는 타입. 시원시원한 성격에 적극적이고 사람 사귀기를 좋아해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다. 일에서도 추진력이 있다고 인정을 받고 순발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문제는 일이나 사람 관계를 벌여만 놓고 정리를 잘하지 못한다는 점.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하지만, 그 와중에 후회할 일을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 쉽게 울컥하는 성향이 있어 예기치 못한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도 높은 편.

당신에게는 혼자 일을 벌이기에 앞서 논리적이고 꼼꼼한 이와 상의를 해야 성공할 수 있다. 꼼꼼하고 치밀한 '코치'형의 동반자가 필요한 것. 훌륭한 참모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삼국지의 제갈량이 대표적인 모델이다. 사람 좋고 매력은 있지만 능력을 썩이던 유비를 중원의 주인으로 세워 삼국통일까지 꾀한 인물이다. 조선 건국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정도전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태조 이성계의 오른팔이 됐다. 신진 사대부 세력을 규합해 이성계의 정치적 기반으로 키웠으며, 건국 후에는 조선의 학문.정치.군사적 기반을 세우는 데 기여했다. 박정희 정권의 '경제 참모'로 꼽히는 박태준 전 국무총리도 당신이 가깝게 지내야 할 인물유형. 그는 5.16 직전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서 "실패하면 가족을 돌봐 달라"는 부탁을 받을 정도로 신임을 받았다.

기발한 상상력이 당신의 재산이다. 주변 사람들에게서 창조적이라는 칭찬도 곧잘 듣는다. 하지만 아무리 반짝이는 아이디어라도 현실에 적용될 수 없다면 가치가 떨어지게 마련. 추진력이 부족한 당신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그것을 실천에 옮기기 쉽지 않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귀찮거나 어렵고, 차근차근 검토하고 일을 진행하는 과정도 성미에 맞지 않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부분이 있어 거친 현실에 발을 내리기가 망설여지기도 한다.

'게으른 천재'인 당신에게는 직접 몸을 움직여 현실과 부딪치길 즐기는 '불도저형'이 어울린다. 적극적이고 수완 있는 그가 당신에게 부족한 용기와 실천력을 제공하고, 당신이 그에게는 어려운 기발하고 냉정한 전략을 만들어 낸다면 서로 '윈윈'하는 관계가 될 것이다.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은 죽으로 겨우 끼니를 때우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역경을 극복하며 맨주먹으로 거대 기업을 키워냈다. 그처럼 대담하고 추진력 있는 사람을 당신의 측근으로 삼아라. 애플컴퓨터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의 관계가 좋은 예다. 잡스는 전자공학의 천재인 워즈니악에게 기술 개발을 맡기고, 그 자신은 설득력과 협상력을 무기로 사업 경영에 나섰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당신은 신중하고 사려 깊지만,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타입이다. 남의 말을 잘 들어주기 때문에 당신에게 상담을 해오는 친구도 많다. 반면 자신의 의견은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편. 연극의 주인공이 되기보다 무대 뒤에서 다른 이를 도우며 능력을 발휘하는 인물이다. 갈등이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나서지 않고 조용히 관찰자의 입장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이런 당신은 진취적이고 행동파인 지도자형 동료와 궁합이 맞다. 당신에게 부족한 실천력을 갖추고 있는 '보스'가 제격이다. 단 다혈질이기보다는 냉정한 성향의 동료여야 한다. 잘 흥분하는 사람과 만나면 당신도 같이 흥분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표적. 냉혹한 권력자로 꼽히지만 그의 추진력 덕분에 1960~70년대 기적적인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대 조선의 왕들 가운데 가장 냉정하고 비범한 승부사로 꼽히는 태종 이방원은 신하들은 손에 쥐고 흔들며 자신의 뜻대로 국가의 기틀을 닦았다. 법가 사상을 도입해 통일된 중국 대륙을 합리적으로 다스렸으나 자신의 뜻을 위해 수많은 인명을 살상한 진시황도 이 유형에 속한다.

정리=신은진 기자

*** 다수 상대로 심리검사 반복 … 표준화 과정 거쳐야 믿을 만

돌팔이 조심 ▶ 출처 불명 인터넷 심리테스트 많아
맹신 주의보 ▶ 보편적 성향을 나만의 특징으로 착각

◆ 심리테스트 속 심리학 이야기="주변 시선과 상관없이 필요하면 누드화보집도 찍겠다"는 항목에서 'yes'쪽 화살표를 따라갔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선택한 것뿐인데, 이것이 나의 어떤 특징을 보여줄 수 있는 걸까? 원래 심리테스트란 '개인의 행동을 예측하거나 심리적 특성을 밝히기 위한 과학적인 측정기술'을 뜻한다. 즉 심리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신뢰성과 타당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 앞서 해본 '성공 파트너 찾기 테스트'는 개인의 자극추구 성향과 장독립성(field independency)을 측정하는 검사다.

테스트 구성을 맡은 한국청소년개발원 장근영 박사는 "우리가 친구나 동료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심심해서' 혹은 '불안해서'로 나뉜다. 이것이 자극추구 성향과 장독립성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루한 것을 참지 못해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람은 심리학적으로 자극추구 성향이 강하다. 필요에 따라 누드화보집도 찍을 수 있다거나, 기왕에 나쁜 짓을 하려면 조직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조폭보다 스스로 머리를 굴려 남을 속이는 사기꾼을 선택한 사람이 여기에 해당된다. 불안해서 누군가와 함께 있고픈 사람은 장독립성이 낮아 혼자서는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 여론의 반대가 심하면 공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은 장독립성이 낮은 경우다.

'안정적인 살림꾼형'을 만나야 하는 ⓐ유형은 자극추구 성향과 장독립성이 모두 높은 사람이다. 안정보다는 변화를 추구하는 개혁가이지만 오만하고 냉정한 면이 있다. '치밀한 참모형'과 파트너인 ⓑ유형은 자극추구 성향은 높지만 장독립성이 낮아 실천력은 강하나 정신적 뒷받침은 부족하다. '불도저형'과 어울리는 ⓒ유형은 자극추구 성향은 낮지만 장독립성이 높다. 겉보기에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고집이 센 사람이다. '냉정한 보스'를 모셔야 하는 ⓓ는 자극추구성향과 장독립성이 모두 낮은 유형으로 눈치가 빠르고 유연해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타입'이다.

◆ 딱 내 얘기잖아! '바넘 효과'=장근영 박사는 "이 심리테스트는 이론적인 틀에 기반해 만든 것이지만, 실제 임상상담에서 사용하는 전문적인 성격검사에 비해서는 신뢰도나 타당도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믿을 만하다'고 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사람에게 검사해 나온 결과를 충분히 검토해 표준화하고, 반복 검사를 했을 때도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 전문가의 검증을 받지 않은 심리테스트들은 그럴 듯해 보이더라도 표준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허무맹랑한 내용에 불과하다. 한국심리검사연구소 조용하 팀장은 "인터넷에 떠도는 출처불명의 약식 심리테스트를 맹신해 자신의 인성을 잘못 파악하는 경우도 있다"며 "가볍게 해보고 재미에 만족하면 그뿐"이라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비전문가가 만든 근거 없는 심리테스트 결과에도 "정말 내 이야기네!"라고 공감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이를 '바넘 효과(Banum Effect)'로 설명한다. 이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경향을 '자신만의 특징'으로 여기는 심리. 즉 누구에게나 비슷하게 들어맞는 내용을 "당신의 특성이다"고 묘사해 주면, 다른 이들의 경우를 생각지 않고 자신만의 성향으로 믿으려 하기 때문이다.

◆ 나는 누구일까요=심리테스트 열풍의 근원은 단순하다. 자신에 대해 알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확인하고자 하는 욕구. '심리테스트 매니어'가 대부분 10~20대인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싶어하는 젊은 층의 특징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특히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일수록 구성원들의 자기발견 욕구가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공동체.집단 위주이던 사회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던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오늘날에는 최고의 관심사가 됐다"며 "세상과 인간을 해석하는 원리를 찾고 싶어하는 일반적인 바람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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