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귀순 병사, 북한서 현대차 테라칸·갤로퍼 몰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북한 병사가 북한에서 한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테라칸·갤로퍼를 몬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정부 당국과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에 따르면 북한 병사는 중학교(우리로 치면 고교)를 졸업하고 곧장 군에 입대해 8년째 복무하고 있다. 이국종 중증외상센터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 병사는 24세 오모씨다. 병사가 운전을 했다는데, 운전병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운전병인데 왜 차를 도랑에 빠뜨렸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안 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기업들 두고 온 차 가능성 #북 병사, TV로 소녀시대 뮤비 즐겨

이 병사는 “개성에 이런 차(테라칸)가 많다. 자동·수동 기어 차량을 다 몰아봤다”며 “상표를 뗀 채 북한에 들어와 있다. 군에서 민간 차량을 갖다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의 테라칸은 북한에 수출한 적이 없다. 중국에서 들여왔을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보다는 금강산과 개성을 주목한다. 정부나 현대아산은 북한군에 차량을 제공한 적이 없다고 한다. 전직 현대아산 관계자는 “금강산이나 개성은 도로 사정이 좋지 않고 눈이 많아 SUV를 사용한다”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 중단 전 운용하던 우리 측 기업들 소유의 차량을 북한군이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병사는 이 센터장에게 “법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센터장은 병사에게 소녀시대의 ‘지(Gee)’ 뮤직비디오를 틀어줬다. 오리지널 버전, 두 개의 인디밴드의 록으로 된 버전(투스테이·네머시스) 등 세 종류를 보여줬다. 그는 오리지널 버전이 좋다고 답했다. 의료진이 “외모를 따지지 말고 음악 자체를 평가해 달라”고 했더니 그래도 오리지널 버전을 꼽았다 한다. 병사는 TV를 매우 좋아한다. 영화채널로 고정했다. 뉴스를 보다 자신의 소식을 접하게 될 경우 충격받을 것을 우려해서다.

병사는 2009년 개봉한 ‘트랜스포터3-라스트미션’ 액션 영화를 좋아한다. 미국 할리우드 스타 배우 짐 캐리, 모건 프리먼의 영화도 즐긴다.

이 병사는 19일 첫마디로 “으윽~ 아파요”라고 말했다. 지금은 물만 먹는다. 이 센터장은 “병사의 수술이 매우 잘돼 회복이 기적적으로 빠르다”고 말했다. 그동안 성인 3명 분량의 O형 혈액을 수혈했다. 몸 속의 피를 세 번 갈았다. 이 센터장은 “1만2000cc를 수혈했다. 남한 동포의 혈액으로 살아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이 병사에게 “이 순간 당신에게 수혈하는 피는 남한 사람들의 소중한 헌혈로 모은 것”이라고 알려주자 병사는 “고맙습니다”고 대답했다.

수원=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용수·백수진 기자 sssh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