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여성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자에 무죄 선고 왜?

중앙일보

입력

10대 여성 성매수. [연합뉴스]

10대 여성 성매수. [연합뉴스]

10대 여성에게 공포심을 준 뒤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배심원 역시 만장일치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다만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성관계를 가진 ‘성매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 판결을 했다.

의정부지법, 20대 남성에 강간 혐의 무죄 선고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도 만장일치 '무죄' 판결 #다만, 성매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6월 선고 #"채팅앱 대화내용 CCTV 등 볼때 위압적 아냐" #성관계 중 "그만 해"라는 말에 중단 진술도 있어

의정부지법 형사11부는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만난 A양(17)을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김모(24)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미성년자와의 성관계 혐의(성매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 징역 6월에 성매매 방지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김씨는 지난 7월 13일 A양에게 “돈줄이 돼 주겠다” “용돈도 주고, 속옷과 양말 등을 60만원에 사 주겠다”고 조건만남을 요구한 뒤 이날 오후 만나 성관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양은 당시 “호기심에 만났으나 변태적인 행동과 문신에 공포심을 느끼는 등 김씨가 위력을 행사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화학적 거세’ 대상에 몰카범ㆍ강도강간 미수범도 포함됐다. [중앙포토]

‘화학적 거세’ 대상에 몰카범ㆍ강도강간 미수범도 포함됐다. [중앙포토]

김씨는 경찰 조사를 통해 간음 및 성매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김씨는 “A양이 성인이라고 속였고, 강제로 성관계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배심원과 재판부는 김씨의 ‘강간’을 무죄로 봤다. 재판을 지켜본 배심원 7명이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A양은 당시 김씨를 따라 주택가 골목으로 따라간 뒤 김씨에게 자신의 속옷을 건넸다. 김씨는 이를 이용해 스스로 음란행위를 하다 “돈을 더 주겠다”고 한 뒤 A양과 성관계를 가졌다. 김씨는 자신의 양팔에 새겨진 문신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김씨의 이상한 행동과 표정, 문신과 말투에서 공포심을 느낀 A양은 “그만하라”며 성관계를 그만두고 자리를 떠났다.

성매매 일러스트. [중앙포토]

성매매 일러스트. [중앙포토]

재판부와 배심원은 “피고인이 폭행이나 협박한 사실이 없는 데다 피고인이 겁을 준다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성관계를 가진 주택가의 주변 CC(폐쇄회로)TV에 녹화된 것을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을 따라갈 때 어떤 상황에 처해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피고인과 나눈 채팅앱 대화 내용, 둘이서 만난 이후 행적 등을 비추어 볼 때 피해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어 “성관계 중 피해자가 ‘그만하라’고 해 피고인이 성관계를 그만둔 당시의 상황을 볼 때 피해자가 자유의사를 제압당한 상태에서 간음행위가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한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또 “성관계 후 헤어진 뒤 골목에서 다시 마주쳤을 때 피의자가 ‘정말 돈 안 받을 거야?’라고 묻자 ‘싫다’라고 답했다”며 “이러한 정황을 볼 때 두려움을 느끼는 모습이 없는 등 피해자의 진술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자유의사를 제압당한 상황에서 간음 행위가 이뤄졌는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성매수 [중앙포토]

성매수 [중앙포토]

재판부는 다만 미성년자인 A양과 성관계를 한 것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했다. A양이 스스로 ‘19세’라고 밝혔지만 통상 한국 나이를 얘기하는 관행으로 볼 때 A양이 미성년자임을 알았을 것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배심원 7명 중 6명은 징역 6월, 1명은 벌금 700만원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재판부는 “둘의 대화 내용을 보면 피고인 김씨는 A양이 미성년자인 것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성매매를 목적으로 청소년을 유인,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누범 기간인데도 자숙하지 않고 범행을 저질렀고 아버지의 사망 보험금을 성매매 대가로 지불하려 했던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피고인이 법정에서 보인 태도 등에 비춰 개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의정부=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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