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상속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2일 발표한 ‘독일 가업상속공제제도의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독일에 비해 '가업상속공제' 요건 까다로워 #일본 '후계자의 난'막아라...내년 세법개정 #한국은 오히려 공제요건 강화
가업상속공제는 기업인이 생전에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 등을 승계할 경우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해 상속세 부담을 덜어 주는 제도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의 부담을 덜어 기업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하고, 세 부담에 물려받을 사람이 없어 문을 닫는 이른바 ‘후계자 난’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 미국·프랑스·독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2000년대 들어 상속세를 폐지하는 추세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도 2018년도 세제개정에서 중소기업 승계 시 비상장 주식 전체에 대해 상속세를 유예하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한국의 가업상속공제 실적은 OECD 국가 대비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례로 한경연에 따르면 최근 5년(2011~2015년) 국내 가업상속공제 결정 건수는 연평균 62건, 공제금액은 연평균 859억원으로 독일(1만7000여건, 약 56조원)에 크게 못 미쳤다.
보고서는 가업상속공제 실적이 저조한 이유로 한정된 적용대상과 엄격한 적용요건 등을 꼽았다. 한국의 경우 공제 적용대상이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으로 한정된다. 또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가업을 영위하면서 상속인이 가업에 종사하고 대표자에 취임해야 하는 등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엄격한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반면 독일은 피상속인이나 상속인에 대한 요건이 없어 쉽게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올해 세법개정안이 중견기업의 상속세 납부요건 신설, 공제한도의 가업 영위 기간 조정 등을 포함하고 있어 가업상속공제의 적용이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20년 경영을 한 기업인이 600억원 규모의 가업을 자녀 1명에게 상속할 경우 새 세법개정안을 적용하면 상속세 부담이 약 95억8580만원 더 늘어난다고 추산했다. 정부의 정책을 믿고 가업승계를 준비했던 기업의 세 부담이 증가해 기업의 영속성과 안정적인 근로자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임 부연구위원은 “기업자산에 대해 국제적으로 가장 높은 상속세율(65%)은 기업경영에 장애 요인이 된다”며 “중소·중견기업이 활성화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속세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