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하) 신뢰회복이 급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중간간부를 주축으로 하는 경찰 내「양심세력」들은 경찰고위간부들의 출세지상주의 행태, 공권력의 사권화가 빚는 갖가지 비리, 권위주의와「면피」제일주의, 경찰만능주의 사고 등을 경찰체질개선의 핵심과제로 제시한다.
이들은 또 경사이하 비 간부 경찰관들을 혹사하는 근무체제와 낮은 급여가 월권행위나 비리의 온상이 되고 우수인력 유치의 벽이 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고문·불법수사 척결을 위해 수사경찰의 전문화 교육을 강화하는 등 경찰관의 지속적 인재교육을 통한 자질향상을 도모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썩은 가지를 잘라내는 경찰자체의 쇄신노력이 먼저 있어야만 외부를 향한 제도개혁의 요구도 가능할 것임에 틀림없다.
◇해바라기성향=상당수의 경찰소장 간부들은『경찰을 이 모양으로 만든 것은 경무관 이상 고위간부들 다수가 경찰의 발전이나 조직보호는 안중에 두지 않고 경찰조직을 개인의 출세에만 이용하려는 해바라기성 행태를 보여온 데 있다』고 성토한다.
이들은 역대 고위간부들이 경찰의 권력하수인 역할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오히려 개인적 출세, 영전의 발판으로 삼았으며 이 과정에서 법의 권위와 정당성을 스스로 실추시켜 봤다고 비난했다.
경찰수뇌부가 외압으로부터 경찰조직의 방패막이가 되어주어야 하는데도 오히려 경찰조직을 힘있는 세력에 헌납하는 역할을 해 봤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선『치안본부장은 지긋한 나이에 취임해 경찰관으로서 마지막 자리가 되게 함으로써 소신에 따른 지휘를 하게 하고 더 이상의 영전기대로 인한 현실 타협적 자세를 버리도록 해야한다』는 견해도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공권력의 사권화=미국의 보안관제도가 주민부담으로 운영 된데서 알 수 있듯 경찰권은 본질에서 국민이 위임한 것인데도 많은 경찰관들이 이를 사권화, 처벌·단속위협·선처 등을 내세워 월권과 부조리를 행해온 것이 지금까지 우리경찰의 행태였다.
자유당정권이 일제 정찰의 잔재를 청산치 못한데서 비롯돼 지금까지 4O여년 이상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강압적 경찰 상을 벗어 던지고「통치경찰」로부터「국민의 경찰」로 변신해야 한다는 데에 경찰내부에서 이론이 없다.
◇권위주의·「면피」퐁조=한 소장간부는『선배들을 볼 때 계급이 높아질수록 권위주의 화돼 안 그러던 사람도 자신의 영달을 위해 부하들을 다그치고 신경질적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경찰 상호간 권위주의의 팽배로 하의상달은 이루어지지 않아 말단의 고충이 상층부에 전달되지 않으며 상관의 지시에 『그게 아니다』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안되어 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관내 파출소에 근무하는 한 순경은 『근무 상 고충을 파출소장에게 여러 차례 얘기하며 상부에 건의해주기를 바랐으나 소장은 끝내「위에서 좋아하지 않는」얘기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권위주의로 인해 중간간부들은 재량권이 없고, 그 결과로「면피」제일주의 풍조가 만연해있다. 서울 K파출소장은『사소한 시비를 벌인 사람은 훈방해주고 싶으나 나중에「돈 받고 봐줬다」는 엉뚱한 문책을 듣기 싫어 본서에 넘기고 만다』고 실토했다.
◇근무조건=우리 경찰관들은 하루 평균 경찰서 근무자의 경우 12시간, 파출소는 16시간 정도씩 근무하며 과다한 업무에 시달린다. 또 경사이하 비 간부들은 월17만∼30만원의 박봉이다.「생계부조리」라는 말이 그래서 생긴다.
지·파출소 근무 자는 특히 경찰만능주의로 인한 각 상급기관의 지시공문 남발로 연중무휴 근무의 그로기상태.
비대한 치안본부·시·도경 등 관리 부서를 감축시켜 지·파출소를 보강하는 등 인력보강조치와 경찰의 특수성을 감안, 일본처럼 일반공무원·은행원보다 높은 급여를 주는 획기적인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
◇자질향상=우수 인력의 확보와 함께 지속적인 직무·소양교육으로 자질향상이 추진되어야한다.
경찰대학의 86년 조사에 따르면 수사경찰관의 20%가 전문교육을 전혀 받은 일이 없다는 사실은 오늘의 경찰 현주소를 암시한다.
경찰 자체의 차질개선 노력이 이번에도 결실을 못 본다면 경찰은 여론의 매서운 지탄과 검찰수사권 발동, 사법부의 처단, 인재의 지원기피로 인한 악순환 등「늪」에서 허위적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찰은 그 늪에서 헤어나「민중의 지팡이」로 제 모습을 찾아야만 한다. <김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