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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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장관이 돼서는 안될 사람의 기준에 6가지가 있다. 당조를 세운 대종에게 위징 (위징) 이라는 신하가 상주문 (상주문)을 올리면서 제시한 조건이다. 1천3백48년전의 일이다.
첫째, 공무는 제쳐놓고 이권만을 탐내며 무리를 지어 함부로 주변정세를 조작하는 자. 이런 사람을 패신이라고 했다.
둘째, 웃사람의 말과 행동은 무엇이든 옳고 웃사람의 비위를 맞추어 이목을 즐겁게 해주며 그로 인해 일어날 해악은 조금도 생각지 않는 자. 이런 사람을 유신(유신)이라고 했는데 「유」자는 아첨한다는 뜻이다.
셋째, 마음 속은 사악하면서도 곁으로는 어진체하고 말주변이 좋아 온화한 표정을 짓는다.자기보다 나은 사람은 시기하고, 자기가 추천하는 사람은 장점만을 얘기하고, 밀어내려는 사람에 관해서는 단점만을 말한다. 이런 자는 간신이라고 했다.
넷째, 자신의 비행을 숨기는데는 뛰어난 지혜를 가지고 있고, 말재주가 비상해 자기주장만 앞세우고 조직사회에서 언제나 잡음을 만드는 군. 이런 사람을 참신(참신)이라고 했다. 간악한 신하라는 뜻이다.
다섯째는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르고 편리한대로 규칙을 바꾸며 자신의 일가를 중심으로 도당을 만들고 사재를 축적하고 멋대로 명령을 바꿔서 자신의 지위와 명예를 높인다. 적신(적신), 도둑과 같은 사람.
여섯째로 아첨하는 말로 웃사람을 부의에 빠뜨리고 작당하여 현자를 배척한 다음, 웃사람의 눈을 가려 판단을 흐리게 하고 웃사람의 모자란 점을 안팎으로 소문낸다. 나라를 망치는 망국의 신이다.
이와 같은 여섯 부류의 사람들을 「육사」라고 했다.
위징은 상주문의 서두에서 『신하를 알려면 그 군주를 보고, 자식을 알려면 그 아비를 보라』는 옛말을 인용했다. 우리는 많은 좋은 일을 남겨놓고도 인사를 그르쳐 세상의 빈축을 사는 위정군들을 보아왔다.
멀지 않아 탄생할 새 정권은 먼저 인사에서 낙제점을 받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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