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start] 여행이 신기한 아이들 "와, 항구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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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스타트 '문화 역사 체험 여행'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부산 해운대 동백섬의 누리마루 APEC하우스를 둘러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와, 바다다." "섬이 주전자를 닮았네." 21일 부산 태종대를 찾은 서울.경기도의 위 스타트(We Start) 마을 어린이들은 탁 트인 바다를 보자마자 탄성을 질렀다. 위 스타트 서울 강북마을과 경기도 고양마을에 사는 초등학생 70여 명은 바다에 떠 있는 선박과 갈매기를 보고는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이들은 롯데관광(회장 김기병)이 마련한 2박3일 일정의 문화관광 체험행사에 참가해 이날 부산에 도착했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거나 할아버지.할머니와 살아 이런 여행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아이가 대부분이다.

위 스타트 운동은 지역 사회가 나서서 저소득 가정 아이에게 복지와 교육을 지원해 공정한 삶의 출발을 돕자는 시민운동이다. 아이들은 20일 서울을 출발해 첫날 경북 김천의 직지사, 경주의 천마총.안압지 등 유적지를 둘러봤다. 부산의 3대 관광 명소 가운데 하나인 120m 높이의 용두산공원 부산타워에 올랐을 때 아이들의 함성은 더 커졌다. 타워에서 멀리 내려다보이는 부산항의 전경을 보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저기가 항구야." "배가 엄청 많네." 빡빡한 일정에 지친 듯 꾸벅꾸벅 졸던 아이들은 관광버스가 광안대교를 지날 때 다시 환호성을 질렀다.

"바다 위에 이런 다리를 어떻게 만들었지." "바다 위에 떠 있네."

아이들은 지난해 11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해운대 누리마루 APEC하우스 주변을 둘러본 뒤 이날 일정을 끝냈다. 준수(가명.초등 6)는 "평소 볼 수 없는 것들을 많이 봐서 두고두고 기억날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저녁식사 후 아이들은 숙소인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와 기행문을 썼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와 사는 진영이(가명.초등 5)는 "할머니와 함께 부산과 경주에 다시 오고 싶다"며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열심히 공부하는 착한 아이가 되겠다고 편지에 적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인솔한 김진호(30) 사회복지사는 "아이들이 오랜만에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표정들이 밝은 것 같다"며 "집안이 어려워 여행을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이런 행사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김관종 기자<istorkim@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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