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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추기경에 바란다 - 북한 인권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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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리 한국 가톨릭교회에 새 추기경을 보내주신 하느님과 교황 성하께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새 추기경님을 애타게 기다리며 염원했던 450만 신자들의 기도를 하느님께서 들어주셨습니다. 아울러 추기경으로 임명된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께도 지면으로나마 경하를 드립니다.

1998년 김수환 추기경께서 은퇴하신 뒤 한국 교회는 교황청에 새 추기경 한 분을 더 주십사 간청해 왔고, 교황 성하께선 마침내 김 추기경 은퇴 8년 만에 우리들의 바람을 들어주셨습니다. 이로써 한국 천주교계는 두 분의 추기경을 모시는 큰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 한국 교회가 아시아 지역에서 갖는 위상을 감안하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이 알 수 없는 오묘한 섭리로서 이 같은 일을 행하신 듯 합니다.

새로운 추기경의 탄생은 그동안 역동적인 성장을 거듭해 온 한국 교회에 더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국내적으로는 서울대교구장을 그대로 맡게 될 것이지만 추기경의 상징적 위상을 생각할 때 아마도 한국 교회 전체에 큰 가시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신자들은 물론 사회 전체가 새 추기경께 남다른 기대를 갖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교황님께 새 추기경 임명을 간곡히 요청한 것도 우리 사회에서 갖는 추기경의 상징성을 잘 반영한 것입니다.

이제 우리 교회는 두 분의 추기경을 모신 성숙한 교회답게 이 땅의 복음화는 물론 교회 내외적으로 산적한 여러 문제에 대해 현명한 해법을 찾고 뜻을 모아 가야 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특히 정 추기경께서는 명실공히 한국 가톨릭교회의 상징이 된 만큼, 교회뿐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들로부터의 존경은 물론 그에 따르는 막중한 책무도 덤으로 짊어져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쳐 봅니다. 아마도 새 추기경께서는 분단의 아픔이 엄존하는 속에 북한 지역 복음화 문제와 탈북자 문제, 북한 인권문제, 교회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쉬는 신자들의 증가 문제를 비롯해 줄기세포와 사형제도 등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문제 등 많은 숙제들을 안고 계실 겁니다.

정 추기경께서는 무엇보다 서울대교구장과 평양교구장 직을 함께 맡고 계시기에 북한 지역 복음화에 누구보다 깊은 관심을 갖고 계신 줄 압니다. 그에 더해 탈북자들과 북한 인권문제 등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 주셨으면 하는 것이 첫째 바람입니다.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일련의 반생명문화가 사회 전반에 드리워져 있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 해 200만 건에 달하는 낙태, 사형제도, 배아복제, 유아살해 등 어처구니없는 생명 경시 풍조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죽음의 문화를 걷어내고 생명의 문화가 살아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고 그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격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아직도 지난해 정 추기경님과 이관진 샤프전자 회장(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 고문)을 모시고 모세가 10계를 받은 이집트의 시나이산을 올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등정을 마친 뒤 건강한 가정과 생명을 지키는 일, 북한 복음화 등 세 가지 지향을 두고 시나이산을 끝까지 오르셨다는 추기경님의 말씀을 들으며 그 가슴속에 새겨진 간절한 염원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런 소망과 염원을 하루빨리 달성하라고 하느님께서 추기경으로 불러 주신 것이 아닌가도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정 추기경님. 추기경님께서 염원해 오신 세 가지 일을 꼭 이룰 수 있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아울러 추기경으로 임명되심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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