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불합치' 국가 유공자 자녀에 공무원 임용 가산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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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내년 7월부터 공무원과 교원 임용시험 등에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들은 10%의 가산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또 지금까지는 교육부가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를 복직시키라고 결정하면 사립대는 무조건 따라야 했지만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다. 헌법재판소가 23일 관련 법 조항에 대해 각각 헌법불합치와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 "가산점 제도는 평등권 침해"=국가유공자와 유족들은 공무원이나 교사 시험을 치를 때 만점의 10%에 해당하는 가산점을 받아왔다. 국가 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다. 대부분 몇 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점을 고려하면 10%의 가산점은 큰 특혜다. 특히 광주 민주화 유공자 예우법 등 국가 유공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법률이 늘어나면서 가산점을 받는 사람들의 숫자도 그만큼 늘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04년 국가공무원 7급 합격자 중 34%인 163명이 국가 유공자의 가족들이었다. 9급 합격자 중에서도 16%인 282명이 수혜를 받고 합격했다.

헌재는 이날 결정문에서 "국가유공자의 증가로 가산점 수혜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반 응시자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 등은 제약되고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또 "유공자 가족의 생활안정을 위해서는 국가 재정을 통한 보상금 급여 등을 충실히 하는 방법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헌재는 가산점 제도를 당장 철폐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았다. 헌재는 위헌이 아닌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07년 6월 30일까지만 가산점 제도의 효력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회는 내년 6월 말까지 국가 유공자 가산점을 낮추거나, 가산점 적용 대상 유공자의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할 것으로 보인다.

강홍준.백일현 기자

'위헌' 재임용 탈락교수 정부서 구제 땐
'대학 무조건 승복' 특별법

◆ "사학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교원지위법은 위헌"=헌재는 또 교수 및 교원들의 재임용.징계와 관련해서 사학들이 정당한 자기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에 따르면 재임용에서 탈락했거나 징계를 받은 교수들은 교육부 산하의 교원징계 재심위원회에 구제를 요청할 수 있다. 재심위원회가 구제결정을 내리면 대학들은 무조건 이를 받아들여야 하고 행정소송도 낼 수 없게 돼 있다. 반면에 해당 교수들은 재심위원회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마든지 행정소송을 낼 수 있다.

헌재는 이에 대해 "교수에겐 권리 구제 절차를 제공하면서 분쟁의 당사자이자 재심사 절차의 피청구인(상대방)인 학교 법인에는 권리구제 절차를 허용하지 않은 특별법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위헌결정을 했다.

1975년부터 지금까지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는 439명이다. 이 중 161명이 재심을 요청했다. 교육부는 21명에 대해선 이미 재임용 탈락 취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헌재 결정으로 해당 대학들이 행정소송을 낼 수 있는 길이 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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