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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의 의혹도 없기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박종철군 고문치사 은폐, 조작사건은 강민창 전치안본부장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찜찜한 여운이 남아있다. 대검 중앙수사부가 재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더 이상 처벌할 사람이 없다』고 밝히긴 했으나 『이제 끝났구나』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구나 강씨의 전격 구속뒤 경찰측의 반응도 『우리만 당하기냐』며 불만을 터뜨렸다는 것은 단순히 감정차원에서만 보기 어려운 함축성과 시사하는바가 없지 않다. 다시 말해 이 사건에 대한 수사와 재 수사, 그리고 1년만에 재개한 검찰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깨끗이 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검찰의 발표내용처럼 더 이상 처벌할 사람이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형사적으로 처벌할 대상이 없다는 것과 이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의문점 해소와는 별개의 문제다.
사건당시 서울지검의 지휘검사였던 안상수 변호사가 검찰이 초등수사를 경찰에 맡겼던 점과 수사관례를 뛰어넘어 전격 기소해야만 했던 속사정을 털어놓으며「권력구조」 운운한 대목도 기억이 생생하다.
「관계기관 대책회의」의 정체는 물론, 이 회의에 누가 참석해 무얼 논의하고 어떤 작용을 했는지도, 석연히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주병덕 전치안본부 4차장등을 불러 조사를 폈지만 당시 경찰 수뇌진이 망라되다시피해 이 사건 수습에 앞장섰다는 황적준 박사의 일기장 내용이 분명하게 해명되지 못했다.
또 검찰이 고문경찰관이 3명 더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수사를 지연했던 것이나 이 사건 재판개시가 이례적으로 늦게 열렸던 점등도 충분히 납득할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
한마디로 강씨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의 진상이나 실체적 진실이 있었던 그대로 규명되었다고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설사검찰이 있는 그대로를 몽땅 밝혀냈고, 수사에 한점 부끄러울게 없다고 한들 이를 대하는 국민은 선뜻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수사 결과를 못 믿는걸 두고 국민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는지 모른다. 또 그동안 몇 번이나 속아온 국민이기에 이번에도 의심을 못 버리는 것이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관계기관 대책회의라는 정체는 밝혀져야 하리라 믿는다. 이 회의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는 한 박군 사건의 진상을 운운하는게 무의미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걸 봐도 이를 익히 알 수 있다.
박군 사건의 의혹이 계속 남는 것은 정부와 여당에 이로울게 없다. 이 사건의 부담은 민주화시대를 여는 노태우 당선자에게도 적지 않은 짐이 될 것이며 두고두고 말썽의 불씨가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번 국회는 다루어야할 시급한 현안이 한둘이 아니겠지만 국정조사권을 발동해 박군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었으면 한다.
박군 사건의 의혹을 한 점 남김없이 푸는 것만이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고 새 정부 출범과 순탄한 민주화서막을 여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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