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일본 벽 못 넘었지만 … ‘젊은 팔’ 장현식·임기영 희망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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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선동열 감독이 야구 국가대표팀을 맡고 처음 나간 국제대회에서 1승2패를 거뒀다. [도쿄=연합뉴스]

선동열 감독이 야구 국가대표팀을 맡고 처음 나간 국제대회에서 1승2패를 거뒀다. [도쿄=연합뉴스]

한국이 결국 일본 야구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국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결승전에서 일본에 0-7로 졌다. 우승은 일본에 돌아갔다. 이날 패배로 한국의 일본전 통산 전적은 20승 23패가 됐다. 1승 2패로 대회를 마친 한국은 준우승을 거두면서 상금 500만 엔(약 4883만원)을 받았다. 한국 투수들은 볼넷을 8개나 내주며 정교한 일본 타자들을 막지 못했다. 선발 박세웅(22·롯데)은 3이닝 3피안타·4탈삼진·3볼넷·1실점 했다.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결승 #타격 막히고 투수진 무너져 완패 #장현식, 예선서 일본 타선 잠재워 #사이드암 임기영, 대만 킬러로 떠

불펜도 불안했다. 박세웅에 이어 올라온 심재민(23·kt)은 2사를 잡아놓고 연속 볼넷을 허용해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 5, 6, 7회를 김명신(24·두산·1실점), 김윤동(24·KIA·2실점), 김대현(20·LG·2실점), 이민호(24·NC·1실점)가 이어 던졌지만, 연거푸 실점했다. 한국 타선은 일본 선발 다구치 가즈토(22·요미우리)의 견고한 제구에 쩔쩔맸다. 7회까지 안타는 3개밖에 치지 못했지만, 삼진은 6개나 당했다.

이번 대회는 아시아 야구의 발전을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 일본야구기구(NPB), 대만프로야구리그(CPBL) 등이 함께 만든 국가대항전이다. 출전 자격을 만 24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3년 차 이하 선수로 제한했다. 팀당 3명의 선수가 와일드카드(만 25세 이상 또는 프로 입단 4년 차 이상)로 출전할 수 있지만, 한국은 젊은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와일드카드를 쓰지 않았다.

장현식. [누스1]

장현식. [누스1]

한국은 이번 대회를 1승 2패로 마감했지만, 그나마 장래가 밝은 투수들을 발굴한 게 수확이다. 지난 16일 일본과의 개막전(7-8패)에 선발 장현식(22·NC)은 5이닝 동안 4피안타·2볼넷·2탈삼진·1실점(비자책점)으로 호투했다.

우완 정통파인 장현식은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섞어 상대 타자를 잡아냈다. 특히 장현식은 일본전에 특화된 투수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콘택트 능력이 좋고 타격 타이밍을 뺏는 독특한 투구폼으로 발이 빠른 일본 타자를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장현식은 주자가 없을 때 양손을 정수리까지만 올렸다가 힘을 모아 던진다. 일본 타자들은 그런 독특한 폼을 낯설어했다. 주자가 나가면 무릎을 높게 들지 않고 지면 위로 미끄러지듯 빠르게 던졌다. 선동열(54) 감독은 “투구 폼과 슬라이드 스텝으로 일본의 기동력을 잠재웠다”며 “직구는 똑바로 들어가도 쉽게 칠 수 없을 만큼 좋았다”고 칭찬했다.

임기영. [뉴시스]

임기영. [뉴시스]

우완 사이드암 임기영(24·KIA)은 17일 대만전(1-0승)에 선발로 나왔다. 7이닝 동안 2피안타·3볼넷·7탈삼진으로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대만은 임기영을 공략하기 위해 좌타자를 7명이나 선발 라인업에 배치했다. 좌타자는 우완 사이드암 투수의 공을 오래 볼 수 있어 유리하다. 선 감독은 “임기영이 사이드암이지만 체인지업이 좋아 오히려 왼손 타자에 강하다. 잘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기영은 기대대로 체인지업으로 상대를 처리했다. 대만 타자들은 알면서도 치지 못했다. 홍이중 대만 감독은 “임기영은 제구력과 변화구가 매우 훌륭했다. 대만에는 이런 유형의 투수가 없다 보니 타자들이 타격 포인트를 잡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임기영 덕분에) 앞으로 10년간 대만전 걱정은 덜었다”고 반응했다.

불펜 박진형(23·롯데)과 장필준(29·삼성)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두 선수는 일본전에서 각각 1과 3분의 2이닝,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두 선수는 대만전에도 셋업맨(박진형)과 마무리(장필준)로 나와 무실점 호투했다. 특히 장필준은 상대 선수 분석자료를 동생들에게 건네주는 등 대표팀 맏형 노릇도 톡톡히 했다. 29세인 그는 나이는 출전 자격(만 24세 이하)을 넘겼지만, 프로 3년차 이하(2015년 입단)인 덕분에 출전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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