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 우리 동네만의 예술 작품들 감상하러 오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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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륜동에서 찾다’에 참여한 작가 17명

부스스한 머리에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어슬렁거리던 익숙한 동네 골목이 ‘하나의 문화 전시관’으로 거듭난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죽 늘어선 슈퍼마켓과 다방, 유리 가게에서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삭막한 콘크리트 담벼락마저 작가의 훌륭한 스케치북이 된다.

지난 2월 16일 서울시 종로구 명륜동 3가. 이곳에서 ‘접는 미술관(www.collasiblem.org)’이 기획하고 서울문화재단과 종로구청이 후원하는 ‘명륜동에서 찾다’(영어 제목 : Lost in town)란 제목의 프로젝트 전시회가 시작됐다.

● 관람방법이요? 동네에서 길을 잃어 버리세요!!

사진작가 이종명, 배영환 등 예술인 17명이 참가한 이 전시회는 자신이 사는 동네에 대한 매력을 재발견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새로운 조형물을 설치하기보단 동네의 익숙한 가게들을 최대한 활용했다.

그래서인지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작가의 전시장을 놓치기가 쉽다. 접는 미술관 기획팀의 ‘레이나’씨는 “관람을 재미있게 하려면 길을 잃어 버려야 해요. 듬성듬성 그려진 안내지도를 들고, 미로처럼 얽혀진 골목길을 헤매며 동네의 숨은 매력을 하나씩 찾아나가는 거죠”

그녀는 이어 “일상적인 것, 방치된 것들에서 새로운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게 이 전시회의 취지예요. 이를 통해 지역 특수성에 바탕을 둔 문화소통의 가능성도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해요”라고 했다.

● 동네의 재발견 - 유림회관 옆 복덕방에서 8번 마을 버스 종점에 이르기까지

전시회의 시발점은 작은 공간을 임대해 만든 명륜 사진관. 이곳에선 사진작가 이종명씨가 명륜동 주민들을 무료로 촬영해 준다.

그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친밀감을 느끼기 위해 풍경 촬영보다 인물 촬영을 선택했어요. 사진 속에 나타난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에서 명륜동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모자이크 타일로 만들어진 버스 정류장 표지판도 눈에 띈다. 작가 안규철씨는 길이 좁아 그동안 버스 정류장 표지판을 세워둘 수 없었던 이곳에 타일을 이용, 총 9개의 표지판을 만들었다.

그 외에도 김학량 작가의 암각화와 김을 작가의 하늘 계단, 명륜동 고양이 스미스씨 이야기 등이 동네 콘크리트 벽이나 계단 등에 전시되어 있다.

명륜동에 얽힌 오래된 이야기들을 듣고 싶다면 작가 김동훈씨가 운영하는 ‘쌀’다방을 찾으면 된다. 김동훈씨는 “편안하게 발음할 수 있는 단어를 찾다보니 ‘쌀’로 정해졌어요. 이곳에서 차를 마시며 따뜻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 찾아가는 전시회, 아직까진 글쎄..

강남에서 온 이상백(20)씨는 “동네에 숨겨진 전시장을 찾아가는 매력은 있지만 명륜동을 자주 방문하지 않는 사람들은 전시장을 구경하기가 너무 힘들다. 가이드가 있지만 하루 전에 예약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외부 관람객을 위한 별도의 안내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안에서 관람하는 것도 아니고, 동네를 둘러보는 것인데 2만원의 입장권을 받는 것은 다소 비싸다는 느낌도 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주변 지역에 대한 홍보 부족 문제도 크다. 성북동에 사는 정미순(54)씨는 “근처에 살면서도 전혀 몰랐다. 취지는 좋지만 좋은 문화행사를 같이 공유하려는 의식이 아쉽다”고 말했다.[김정혁 /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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