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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BI 등 임기제 채택…“대통령 마음대로 바꾸니 ‘한건주의’ 쉽게 빠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가운데)이 지난 6월 8일 ‘러시아 스캔들’ 청문회에서 증언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가운데)이 지난 6월 8일 ‘러시아 스캔들’ 청문회에서 증언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해외 정보 선진국들은 정보기관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장치가 임기제다. 미국 국내정보를 총괄하는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임기는 10년이다.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해임하자 미 정가가 요동쳤던 이유도 정보기관의 독립성 훼손 문제 때문이었다. 코미 국장의 임기는 2023년까지였다. 트럼프는 눈엣가시인 코미를 내치는 데 성공했지만, 되레 대통령 리더십에 큰 손상을 입었다.

中 국가안전부 등 10개국 12개 정보기관장 임기 가져 #독일 BND·이스라엘 모사드, 정권 무관하게 장기 직무 #"국정원장 평균 1년6개월 재임…업무 파악 6개월 걸려" #미국·독일 등 의회 감시 강화…예산 검증하고 일탈 막아 #"미 의원들은 전문성 높아…우리 의원들 기밀 중계 문제" #

FBI 이외에도 중국 국가안전부(5년), 캐나다 보안정보부(5년) 등 10개국 12개 정보기관이 임기제를 채택하고 있다. 법으로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해외 주요 정보기관 수장들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정권이 끝날 때까지는 해임하지 않는 편이다.
특히 내각책임제인 독일과 이스라엘에선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각각 연방정보부(BND) 부장(평균 6년)과 모사드 국장(평균 7년)이 장기간 직무를 맡는 전통을 갖고 있다.
전직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는 “미 중앙정보부(CIA) 부장도 유능하면 정권이 바뀌어도 유임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에 반해 우리 국가정보원장 평균 임기는 1년 6개월 정도로 매우 짧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 파악하는 데만도 보통 6개월은 걸리는데 이처럼 임기가 짧다 보니 재임 중 뭐라도 성과를 내겠다는 ‘한건주의’에 빠지기 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연방정보부(BND)와 이스라엘 모사드 로고.

독일 연방정보부(BND)와 이스라엘 모사드 로고.

정보 선진국들은 정보기관의 정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의회의 감시 권한을 강화해왔다.
미국은 국가안보법(National Security Act)에 17개 정보기관(정보공동체)을 관장하는 국가정보국장(DNI)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항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DNI 임명 시 상원 인준을 받아야 한다. 이외에 상·하원 정보위원회에 대한 정보 보고, 인력 이동 시 의회 보고, 법률 위반 시 의회 조사 등 의회에 의한 정보기관 통제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예산 심사도 엄격하게 이뤄진다. 정보기관들이 자의적으로 국민 세금을 쓸수 없게 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경우 정보기관들은 상·하원 8개 위원회로부터 예산 심사를 받는다.
독일 연방의회도 하원 정보통제위원회와 별도로 특별예산위원회를 두고 정보기관의 예산을 통제하고 있다. 또 도청·우편검열 등을 감시하는 ‘기본법 10조위원회’ 등 정보기관의 일탈을 막는 여러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둘째)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 마이크 펜스 부통령(오른쪽에서 둘째),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오른쪽)이 지난 8월 10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에서 안보브리핑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둘째)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 마이크 펜스 부통령(오른쪽에서 둘째),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오른쪽)이 지난 8월 10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에서 안보브리핑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같은 의회의 정보기관 통제에는 의원들의 자질이 뒷받침돼야 한다.
미국 정보공동체를 연구했던 전직 국책연구소장은 “미 의회 청문회를 보면 의원들의 질의가 전문적이어서 정보기관장들이 절대 대충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보위에서 의원들이 국정원장에게 들은 국가기밀성 얘기를 곧바로 생중계하듯 브리핑하는 우리 실정과 달리 미국의 경우 정보위 소속 의원이 기밀을 누설한 건 역대 단 한 번뿐이었다”고 강조했다.
전직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국정원을 대상으로 수차례 개혁이 있었고, 선진 제도들은 대부분 수용한 상황”이라면서 “최근 사건들은 제도가 잘못돼 불거진 것이 아니라 운영하는 사람들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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