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시대의 이념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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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학생들의 이념문제는 우리사회가 풀지못한 오랜 현안중의 하나다. 그것은 현대 한국 사회운동의 원동력을 구성해 왔다는 점에서 그 영향은 컸다.
정부는 오래전부터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다양한 접근을 시도해 왔으나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동안 정부는 두가지 채널을통해 이 문제에 접근해 왔다. 하나는 신입생에 대한 이데올로기 오리엔테이션이고, 또하나는 입학후 필수 교양과목으로서의 국민윤리(4학점) 교육이다.
문교부는 이번 학기부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일률적으로 실시하던 이념교육을 각 대학의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대학생 이념교육의 문제는 몇가지 점에서 실패할수 밖에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하나는 너무나 단편적이고 형식에 흘렀다는 점이다.신입생이념 오리엔테이션의 경우 통상 수백명씩 모아놓고 1시간 내지 2시간씩 이론위주의 교육을 시켰다. 여러해동안 입시준비에만 몰두해온 신입생들에게 교육내용이 제대로 침투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운동권 학생들의 그 오리엔테이션 비판만 불러 일으켰다.
다음은 이념교육이 핵심을 벗어나 .정곡에 접근치 못했다는 점이다. 운동권의 의식학교육은 우리사회의 현실분석을 핵심으로 하고 그 설명방법으로 좌경사상을 원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대학교육은 운동권이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의 비판에만 주력해 왔다.
더구나 좌경사상들은 그 이론의 마술성 때문에 그것을 비판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껏 세계적으로도 마르크스-레닌주의나 현대 급진사상에 대한 유력한 대항논매가 나와 있지도 않다.
따라서 오늘의 이념문제를 해결키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 방법을 개발치 않으면 성공할 수없다.
첫째로 이념교육 내용의 확산적 개편이다. 좌경사상의 협소한 비판에 머무르지 말고 사회사상전반에 걸친 편견없는 교육을 펴야 한다. 대학생들이 지금까지 개발돼 있는 모든 사상체계를 폭넓게 이해하고 있으면 좌경사상의 위치가 보다 선명해져서 거기에 쉽게 흔들리지 않게 된다.
인간의 관념체계에서 보면 좌경사상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리고 누구나 다른 사상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시켜야 한다.
둘째는 이념교육의 집중적 개편이다. 사회사상 전반을 가르치면서 한편으로는 한국 민족주의 교육을 집중적으로 시키는 것이다.
최근의 우리나라 사회운동, 특히 최근의 민주화운동과 대통령선거를 통해서 우리 국민은 지역, 계층, 세대간에 큰 격차를 보이면서 크게 분열됐다. 그것은 우리 국민을 통합하고 단결시킬 구심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구심점이 바로 한국 민족주의다.
민족주의 교육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민족공동체 전체를 대표할 상징의 개발도 중요하다.지금 논쟁중인 단군성전의 건립도 그런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
세째는 이데올로기교육의 현실화다. 관념적 이해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현실분석과 실상설명에 주안점이 두어져야 한다. 좌경운동도 덮어만 둘것이 아니라 그 실재를 인정하고 그 진상을 전 국민이 알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화시대의 가장 좋은 이념교육은 사회의 취약점을 없애는 비이념적 방법에서 찾을 수있다. 그것은 곧 자유의 확대와 평등의 실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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