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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도 근로자” …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동국대 총장 검찰 송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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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현직 대학 총장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한태식(보광 스님) 동국대 총장을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서울고용청 “퇴직금 등 지급해야” #첫 사례 … 타 대학 유사소송 이어질 듯

동국대 대학원총학생회는 지난해 12월 대학원생 조교의 업무 형태나 내용이 교직원 업무와 다르지 않은데도 대학이 조교의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한 총장과 임봉준(자광 스님) 동국대 법인 이사장을 고발했다. 학생 조교에게 4대 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퇴직금과 연차 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고발을 접수한 서울고용청은 학생 조교의 근로자성이 인정되고, 한 총장에게 이를 묵과한 고의성도 있다고 판단해 검찰로 넘겼다. 검찰과 법원의 판단에 따라 한 총장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조교 고용에 관한 동국대의 시행 세칙상 사용자는 총장이어서 임 이사장은 제외했다. 검찰 송치 소식이 전해지자 동국대는 공식 입장을 내고 “첫 사례가 된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관계 법령과 규정에 따라 행정 처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조교들이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대학 측을 고발해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조교의 신분은 다른 대학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비슷한 고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관건은 이들 조교를 학생으로 볼 것이냐, 근로자로 볼 것이냐다. 아직 고용노동부는 조교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대해 명확한 해석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한 총장을 검찰이 송치하면서 ‘근로자성 인정’ 쪽으로 무게가 기운 것으로 보인다.

동국대 사건이 유독 주목을 받은 건 대학 측이 지난 8월 대학원생들에게 고발 취하를 종용하는 전자우편을 보내면서다. 당시 보낸 전자우편엔 ‘조교의 근로자성이 인정될 경우 임용 기간 받았던 장학금, 학생인건비(국가연구과제) 등이 환수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대학원생이 근로자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지원받은 장학금을 환수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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