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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때 미국이 ‘한미일 3국 협력’ 이례적으로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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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다낭 APEC 정상회의 기념촬영을 준비중인 각국 정상들. 정상회의 기념촬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하는 쪽을 바라보고 있다.[다낭=청와대사진기자단]

베트남 다낭 APEC 정상회의 기념촬영을 준비중인 각국 정상들. 정상회의 기념촬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하는 쪽을 바라보고 있다.[다낭=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7일 한미 정상회담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 강화를 요청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확대정상회담 때 틸러슨 국무 통해 설명 #"한미일 3국 간 연합훈련 제안했지만, 한국 측 거절" #"70분간 예정됐던 확대정상회담, 30분으로 단축돼" #"트럼프, 대중 견제 '인도·아시아 전략' 참여도 요청" #김현철 보좌관 "인도·태평양 라인에 편입될 필요 없다" #美 보수층 불만…WSJ "문재인 대통령은 '못믿을 친구'" #

아사히신문은 한미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외교장관이 동석한 확대정상회담에서 첫 의제로 한·미·일 협력을 선택했다”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지시해 ‘엄중한 안보 정세 속에서 한층 발전된 3국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12일 전했다.

신문은 “미국 측은 회담에서 구체적인 협력 사례를 언급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미국이 한반도 주변에 전략무기를 집중시킨 것과 무관치 않은 제안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신문은 이 같은 미국의 요청에 한국 측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의 전략무기인 핵 추진 항공모함 3척이 12일 동해상에서 우리 해군과 연합훈련에 들어갔다. (왼쪽부터) 이번 훈련에 투입되는 로널드 레이건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니미츠함. [중앙포토]

미국의 전략무기인 핵 추진 항공모함 3척이 12일 동해상에서 우리 해군과 연합훈련에 들어갔다. (왼쪽부터) 이번 훈련에 투입되는 로널드 레이건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니미츠함. [중앙포토]

다만 “(회담과 별도로) 미국이 미 해군 핵 추진 항공모함 3척이 참여하는 3국 간 연합훈련을 타진했지만, 한국 측이 거절했다”고 지적했다. 미군 항공모함 3척은 12일 동해상에 진입해 해군 이지스함 등과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이어 이날 곧바로 해상 자위대 함정과도 따로 훈련을 가졌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은 싱가포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이 안보동맹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3국 간 협력 강화 제안은 사실상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는 평가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 9월 한국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 달러(약 89억5680만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결정한 이후 3국 간 불협화음이 계속되는 데 대한 불만도 담겨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확대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확대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7일 양국 정상은 15분간 단독회담을 가진 뒤 곧바로 30분간 확대정상회담을 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는 “단독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주변에 전략무기를 배치한 것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 위한 것이지, 전쟁 준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교섭 문제만을 다루고, 70분간 예정했던 확대회담은 30여 분만에 끝났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본 언론은 미·일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한국의 태도도 문제 삼았다.

요미우리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때 한국 측에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를 요청했지만, 한국 측이 ‘앞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고 12일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9일 청와대 고위관계자(김현철 경제보좌관)는 “우리는 인도·태평양 라인에 편입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며 "사실상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문재인 정권이 미국·일본과의 관계보다 중국을 지나치게 배려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지난 7월 6일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을 가졌다.시 주석이 모두발언을 하던 중 문 대통령의 동시통역기에 문제가 생기자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동시통역기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7월 6일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을 가졌다.시 주석이 모두발언을 하던 중 문 대통령의 동시통역기에 문제가 생기자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동시통역기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런 일본의 시각은 미국 내 보수층의 불만과도 궤를 같이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7일(현지시간) '한국, 베이징에 고개 숙이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믿을 수 없는 친구(unreliable friend)"라고 적었다. 동맹인 미국을 무시하고 이른바 ‘3No’(사드 추가배치, 미 MD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등에 대한 배제)란 선물을 중국에 안겼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두고 국내 일각에선 "정상 간 친분을 토대로 미일 공조는 더욱 강해지는 반면, 한미·한미일 간 연대는 앞으로 삐걱댈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코리아 패싱'은 없다고 밝혔지만, 속내는 많이 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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