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추적]토굴에 여친 토막 살해한 용의자 60대 남친 음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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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3시쯤 충북 보은군 내북면의 한 토굴에서 토막 난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은 마대자루 3개에 나눠 담겨 흙에 덮여 있었다.

지난 11일 40대 여성의 토막난 시신이 발견된 충북 보은군 내북면의 한 토굴. 이 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60대 남자친구는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음독자살을 시도, 지난 10일 병원에서 숨졌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40대 여성의 토막난 시신이 발견된 충북 보은군 내북면의 한 토굴. 이 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60대 남자친구는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음독자살을 시도, 지난 10일 병원에서 숨졌다. [연합뉴스]

시신은 청주시에 사는 A씨(47·여)로 지난 5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지인의 실종 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다. 경찰은 A씨 집 주변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 지난 2일 A씨와 남자친구 B씨(64)가 함께 집을 나간 뒤 B씨만 돌아온 것을 확인했다.

시신 훼손돼 마대자자루에 담긴 뒤 흙에 덮힌 상태로 발견 #경찰, 유력한 용의자 행적 추적… 보은군 폐탄광 집중수색 #용의자 B씨 경찰 조사받은 다음날 음독자살, 사건규명 난항

경찰은 B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행적 등을 조사했다. 지난 6일에는 그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A씨와의 관계, 행적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B씨는 다음 날인 7일 음독을 시도했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B씨는 지난 10일 오후 4시22분쯤 숨졌다.

경찰은 B씨를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었지만 연락이 되지 않자 그의 집을 찾아가 음독 후 신음하는 B씨를 발견했다고 한다.

40대 여성 토막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충북 청주상당경찰서. [사진 청주상당서]

40대 여성 토막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충북 청주상당경찰서. [사진 청주상당서]

B씨는 가족과 경찰에게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에게는 ‘미안하다’ 경찰에게는 ‘형사들에게 한 말이 진짜였으면 좋겠다. 이들에게는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사건의 단서가 될만한 내용은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B씨가 참고인 조사 때 거짓으로 진술한 것을 유서를 통해 털어놓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씨는 지난 6일 경찰 조사에서 “A씨가 나와 다투고 나갔는데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첫날 진술에서 의문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청주 40대 여성 토막 살해사건이 발생한 충북 보은군 내북면. [네이버 지도 캡처]

청주 40대 여성 토막 살해사건이 발생한 충북 보은군 내북면. [네이버 지도 캡처]

경찰은 두 사람의 함께 청주 A씨 집을 나선 지난 2~3일의 행적을 집중 추적, 11일 내북면의 토굴에서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유력한 용의자인 B씨가 최근 내북면 폐광 일대를 다녀갔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였다.

경찰에 따르면 토굴이 있는 내북면은 B씨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마을로 알려졌다. 폐광 주변에는 A씨 시신이 발견된 것과 비슷한 토굴이 여러 개가 있다.

B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경찰 수사에 난항이 불가피해졌다. 모든 단서와 정황상 B씨의 범행이 유력하지만, 동기 등을 명확히 밝히기 어려워서다. 경찰에 따르면 장사를 하는 A씨는 2~3년쯤 B씨를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최근에는 금전 문제로 사이가 틀어졌다는 게 경찰이 파악한 전부다.

지난 11일 40대 여성의 토막 난 시신이 발견된 충북 보은군 내북면의 한 토굴. [연합뉴스]

지난 11일 40대 여성의 토막 난 시신이 발견된 충북 보은군 내북면의 한 토굴. [연합뉴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씨 시신의 부검을 의뢰하고 정확한 단서를 찾기 위해 두 사람의 집을 조사하고 있다. A씨와 B씨 주변 사람을 상대로 탐문 수사도 진행 중이다. 1차 검시에서는 얼굴과 눈꺼풀 등에 혈관이 파열된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목을 졸려 살해당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와 유력한 용의자가 모두 숨져 사건을 규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탐문 수사를 통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신진호·최종권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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