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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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복 많이 받으세요』
정초인사는 모두 복타령이다. 축원대로만 되었으면 좋겠다.
「복」자는 원래 종교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글자의 상형(상형)을 보면 신주앞에서 두손으로 잘익은 곡식(숙곡)을 올리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복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땀 흘러 가꾼 곡식을 하늘에 바치고 그 대가로 받는 것이 복이다.
서양사람들의 복은 좀 다르다.
「해피뉴이어」라는 인사말의 「해피」는 우연(우연=hap)이라는 어원에서 비롯되었다.
역시 행운을 뜻하는 「포천」이라는 말도 그렇다. 「기회」「우연」이라는 말이 그 어원이다.
「우연」이나 어떤 「기회」에 얻은 복은 마치 복권당첨이라도 된 것 같아 값이 없어 보인다. 얼른 어디로 술술 빠져 나갈 것 같은 복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양사람들의 「복」은 진지하다. 호박이 덩굴째 굴러 들어오는 행운하고는 형편이 다르다.
그러나 시속은 바뀌어 요즘 사람들은 복을 그렇게 노고의 대가로 생각하지 않는것 같다.
집값이나 왕창 오르고, 주식값이 치솟고, 하다못해 주택복권이라도 당첨되었으면 하는 잠재심리가 있는것 같다. 임종의 투기심리다.
『복 많이 받으세요』 할때도 열심히 일해 보람을 찾으라는 의미가 얼마나 담겨있는지 모르겠다. 듣는쪽도 그저 지나가는 인사로 들린다.
사실 사회가 안정되고, 경제가 정상인 상태에선 하늘의 구름처럼 둥둥 떠다니는 복이란 있을 수 없다. 우선 모든 물건의 값이 제자리를 잡고 있어 횡재를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아파트 당첨권으로 하루아침에 떼돈을 벌 수 있는 사회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었다.
결국 모든 사람이 저마다 땀흘려 일하고 창의력을 발휘해 행운의 기회를 만들 수밖에 없다. 그것 이상의 확실한 복은 없다.
새해엔 복을 많이 받기 위해 모두 분발하는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얻은. 복은 쉽게 날아가지도 않는다.
복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의 용단과 의지속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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