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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약해진 정신력 암벽처럼 단단해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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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겨울을 앞두고 실내 스포츠가 주목받고 있다. 그 가운데 스포츠 클라이밍(Climbing·인공 암벽 등반)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표적 실내 스포츠다. 체력 단련과 다이어트에는 물론 집중력 강화와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 2020년 처음으로 도쿄 올림픽의 정식 종목에 채택됐다.

국내 최대 인공암벽장 영남알프스 #지난해 2월 오픈 … 월 1000명 찾아 #다양한 실내·외 코스 ‘산악인 명소’ #“상체 근육 발달하고 자신감 생겨” #3~10월엔 실외 암벽장 코스 인기

영남알프스 국제클라이밍센터에서 기자가 직접 등반을 해봤다. [송봉근 기자]

영남알프스 국제클라이밍센터에서 기자가 직접 등반을 해봤다. [송봉근 기자]

지난달 31일 오전 울산 울주군 상북면 영남알프스의 신불산 입구에 있는 국제클라이밍센터를 찾았다. 지난해 2월 문을 연 이곳은 전국 400여 개 클라이밍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다양한 실내·외 코스를 갖춰 부산·울산·경남 산악인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 대회 등 다양한 대회도 개최된다. 월 이용객만 1000명 이상이다. 주변에는 억새 군락지인 간월재로 이어지는 등산로와 영남 알프스의 역사·문화를 소개하는 산악 테마전시실도 있다.

이날 6~7명이 6m 정도 높이의 실내 암벽장을 오르고 있었다. 초보자를 위한 일일 체험 코스부터 1년 이상 훈련해야 가능한 고난도 코스까지 다양했다. 전혀 경험이 없던 기자가 오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잠시 해보니 온몸에 땀이 나고 팔다리가 후들거렸다.

클라이밍 4년 차 박병규(39·울산 항운노조 근무)씨는 “클라이밍을 하면 상체 근육이 발달하고 약해진 정신력을 다잡을 수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내보였다. 박씨는 “이 운동을 한 뒤 매사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에게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 50대는 “올라갈수록 몸에 힘이 빠지면서 떨어질 것 같은 공포를 느끼지만, 그것을 극복했을 때의 성취감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친 적 있다는 그는 클라이밍을 한 지 6개월 만에 한 줄을 채 못 쓰던 일기를 10줄 이상 쓸 수 있게 됐다고 효과를 자랑했다. 한 60대는 “등산과 달리 날씨와 시·공간 제약이 없고 짧은 시간에 힘을 집중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리드·스피드·볼더링 세 종목을 즐길 수 있는 실외 암벽장. [송봉근 기자]

리드·스피드·볼더링 세 종목을 즐길 수 있는 실외 암벽장. [송봉근 기자]

실내와 달리 이곳 실외 암벽장은 3~10월 붐빈다. 세 코스로 된 실외 암벽장은 로프를 갖춰야 하는 리드 클라이밍, 발을 디디거나 손으로 잡을 수 있게 한 돌출물인 홀드(Hold)의 위치·모양이 같은 여러 개 레인에서 속도를 겨루는 스피드 클라이밍, 바닥에 충격 흡수 매트를 깔고 안전장비 없이 맨손으로 오르는 볼더링(bouldering) 클라이밍 장이 있다. 요즘 일반인에겐 볼더링 클라이밍이 인기다.

클라이밍 강사인 박진수 울산 울주군 주무관은 “클라이밍은 원래 등반을 위한 훈련용이었지만 이제는 클라이밍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클라이밍은 집중력과 자신감을 키울 수 있고 근육이 고루 발달해 몸매 관리에 좋다”고 말했다. 이곳 이용객의 남녀 성비는 비슷하다. 40·50대는 물론 60·70대 매니어층도 있다. 8세부터 체험할 수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은 물론 초·중학생, 단체 체험을 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클라이밍센터는 영남알프스 복합 웰컴센터 단지에 있다. 클라이밍센터 옆의 산악문화센터 1층에는 최신 개봉 영화를 볼 수 있는 알프스시네마가 있다. 매년 9월 말 열리는 산악영화제 기간에는 산과 관련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상영한다.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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