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의 보수단체 광고 전수조사” 여당 의원이 금융위에 요구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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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여당 의원이 금융감독기구 수장에게 주문한 ‘전(前) 정권 시절 금융기관의 보수단체 광고 지원 내역 자료 제출’ 요구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벌인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비롯됐다. 이날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정부에서) 국정원이 기업과 보수단체를 매칭해 보수단체를 지원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 중”이라고 소개한 뒤 “시중은행 몇 개가 여기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위도 이를 확인해 검찰에 자료 이관을 하고 수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학영, 금융위원장에 “자료 내라” #국책은행 빼면 모두 민간은행 #금융사 “사업활동까지 관리하나”

이 의원 측은 전날 보도자료에서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행된 국정원의 ‘기업·보수단체 매칭 사업’에 따라 국민은행·농협·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미디어워치·미래한국 등 보수 인터넷 매체에 7년간 총 7억4000만원어치의 광고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국감 때 거론한 ‘시중은행 몇 개 연루’ 건은 이 보도자료 내용에 대한 언급이었다. 이 의원은 국감에서 그런 다음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다른 은행도 이런 게 있을 수 있으니까 (나머지 금융기관도) 전수조사를 해서 보수단체를 지원한 사실이 있는지 조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내용을 파악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국책은행을 빼면 모두 민간은행인데 이들의 광고 집행 상황 등을 조사한다는 것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금융사들은 광고·후원 내역에 대한 자료 제출 건에 대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원한 금융지주회사의 한 관계자는 9일 “아직까지 금융당국에서 공식적으로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청은 없었지만 광고 집행이나 후원은 사기업인 금융사의 사업활동 중 하나인데 이런 부분까지 관리하려고 드는 것은 지나친 요구”라고 말했다.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도 “국회의원실이나 금융당국 차원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관련 내역을 제출해야겠지만 ‘일단 털어보면 뭐라도 걸리겠지’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 측은 “과거 국정원 지침으로 이뤄진 기업·보수단체 불법 매칭 의혹 전반에 대해 충분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전수조사를 요청했다”며 “뚜렷한 증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럴 만한 개연성이 높은 만큼 금감위에 알아보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구·정진우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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