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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정착 향한 첫 해가 밝았다|새 정부 출범하는 무진 년 정국 전망|정치부 기자 방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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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새해 정국도 작년에 이어숨돌릴틈 없이 바쁘게 전개될 전망입니다.
우선 50여일 후면 우리나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가 실현돼 「노태우 정부」가 출범하게 되고 새 정부출범 전후에는 총선이 또 민정당 공약대로라면 5월에는 근30년 만에 지자제가 실시되고, 이런 정치일정에 따라 정부나 정계가 엄청난 개편의 소용돌이를 겪을게 분명합니다.
거기다 9월에는 올림픽이 있지 않습니까. 또 금년은 정부수립 4O주년이어서 외세치하의 경험 없는 세대가 40대로 들어서게 됩니다. 정치적인 변수 외에도 새해는 여러모로 「세계 속의 한국」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는 중요한 한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지난해 6월 시민항쟁에서 계기를 잡은 민주화가 올해엔 현실적으로 제도적으로 얼마나 구현 될 수 있을까 시험하는 첫 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결국 새 정권이 어떤 정치를 펼칠 것인가와 총선이 어떤 판도로 귀결될지가 가장 큰 관심사로 집약되는 것 같습니다.
36.6%의 지지를 받은 노태우 정부로서는 정권의 안정적 기반 확보를 가장 중요한 명제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총선전략도 그런 차원에서 세울 것이라고 봐야 됩니다.
노 정부로서는 새 헌법상 국회의 국정감사권 부여등 대 정부 견제기능이 확대된 반면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은 삭제돼 국회의 다수의석확보가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봐야죠.
그렇습니다. 민정당은 총선에서 안정다수 의석을 얻는다는 목표로 시기는 2월, 선거제도는 1구1∼4인 제로 결정하고 연초부터 대야협상을 본격화할 작정입니다.
2월 총선을 굳이 주장하는 것은 나름대로 까닭이 있어요. 우선 총선이 4월로 넘어가면 작년10월부터 시작된 선거열풍이 6개월 이상이나 계속돼 낭비가 어마어마하고 9월의 올림픽준비, 5월의 지자제 실시에도 차질이 온다는 겁니다.

<여 다수 의석 긴요>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역시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 것 아닙니까. 대통령선거에 실패한 야당이 지리멸렬 상태에 빠져있고 두 김씨 간의 감정악화로 야권통합 가능성도 없는 틈을 타 총선에서 밀어붙여 다수의석을 확보하자는 속셈이라고 봐야겠죠.
물론 그런 계산도 있겠지만 정부이양에 따른 인사의「교통정리」를 위해서도 2월에 총선을 해야 할 입장이라는 거예요.
2월 총선은 노태우 당선자의 대 국민약속인데 당선되자마자 약속을 뒤집기부터 해서야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받겠느냐는 얘기도 하더군요
야권일부에는 민정당이 보수대연합을 통해 총선에서 일본 자민당과 같은 거대 정당을 지향하는 게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어요.
야권이 전열을 채 정비하기 전에 2월 총선을 함으로써 흡수할만한 세력을 모조리 흡수하고 「연대가능」 세력은 간접 지원해 결과적으로 야당을 몇 개의 군소 정당화해 사실상 장기집권체제의 기틀을 잡으려 하는 속셈이 아니냐고 분석하는 사람이 있어요.
여권내부를 들여다보면 상당수 지역의 공천자가 이미 내정돼 있는 게 사실인 것 같고 선거법협상전략 같은 것도 이미 마련돼 있다는 낌새가 많습니다.
l2월 총선은 현정부의 임기 내 실시라는 점에서 현직 대통령의 영향력발휘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일설에는 이미 대통령선거 기간 중 여권수뇌들간에 공천 문제 등 총선에 관한 중요한 얘기들이 거의 끝났다는 거예요.
야당은 4월 총선에 소선거구제를 주장하고 있는데 민주당의 경우 실은 당권주변에 2월 총선론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4월까지 미루면 현재의 분열된 야당으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으므로 야당 통합론이 제기되고 두 김씨에 대한 선거 실패 책임론이 다시 대두 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죠.
소선거구제 당론에 대해서도 야당의원들은 불만이 많습니다. 참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그러나 두 김씨로서는 지난번대통령선거에서 사실상 소선거구제의 조직책과 마찬가지인 행정구역별 대책위원장을 임명해 물심으로 활용했으므로 이들을 소화하기 외해서라도 소선거구제를 버리긴 어려울 겁니다.
그렇다면 총선시기나 선거구 문제에 관해 여야 간에 서로 맞아떨어지는 대목도 상당히 있는 셈이군요.

<선거실패 문책우려>
아닌게 아니라 민정당에서는 야당이 끝내 소선거구제를 원하면 그것을 받아들이자는 얘기가 강력히 나오고 있습니다. 즉 당론인 1구 1∼4인 제로는 야당을 설득시킬 수 없고 현행 1구 2인 제로는 아무리 압승해봐야 50%확보밖에 안되므로 2월 총선을 위해서도 소선거구제를 받자는 거죠.
특히 소선거구제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라 볼 수 있죠 대통령선거에서 참패한 호남에서도 국회의원선거는 동향의 인물을 놓고 겨루는 만큼 인적구성이나 조직력에서 민정당이 우세하고 해볼만하다는 겁니다.
아무튼 야당의원들은 총선을 앞두고 대단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수 의원들이 전열재정비를 위해서라도 4월 총선을 주장하는 거죠.
두 김씨의 선거 실패 후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야당」 움직임도 새해에는 전면에 부상될 전망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우선 두 김씨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는 거죠 심지어 일부 학생층에서 두 김씨에게 과격한 행동을 불사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구심력이 없어 현실정치세계에 뿌리를 내리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죠.
결국 두 김씨가 여전히 야당을 이끌고 나가는 양상인데 민주당을 새로운 야권중심세력으로 만들려는 김영삼씨에 비해 김대중씨 처지가 더 곤란 한 것 같아요.
총선에 대한 관심도 크지만 노 정권이 어떻게 나가고 어떤 사람들로 짜여질 인가도 못지않는 관심사입니다.

<소 선구에도 자신>
노태우 정권의 실제 어려운 과제는 사람 쓰기입니다. 선거격전을 치르면서 신세 진 데가 많은 터에 그것을 갚자니 지·혈·학연을 배격한다는 공약에 걸리고, 공약대로 다 배제하자니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거예요.
더구나 현정부와는 바탕이 같기 때문에 현직에 있는 사람을 그만두게 할 때도 「안면몰수」는 할 수 없고 그러자니 참신해지지는 않게 된다는 겁니다.
그러나 노 당선자로서는 어떻게든 인사를 통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실감시켜 줘야하는 절박한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쾌도난마씩 인사는 없겠으나 첫 각료임명, 국회의원 공천 등의 작품을 통해 노 당선자의 인사컬러가 드러날 겁니다. 벌써부터 처남·동서등 인·친척의 공천제외가 내부방침으로 굳어졌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고향사람·동문출신이 불가피 소외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요.
구체적으로 국회의장·총리·당대표 (당의장) 등 소위 「큰 자리」 에는 어떤 사람이 오르내리고 있습니까.
아직 정설이 없는 채로 비령 남권의 K씨(학계),S씨·K씨(구 여권), 구 야권의 K씨, 현 여권의 N씨 등의 이름이 나오고 있더군요. 그렇지만 아직 별 근거는 없는 것 같아요.
노 당선자는 자리와 함께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준다는 인사소신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과거와 같은 간판·방탄총리의 출현가능성은 적다고 보는 관측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70대의 어느 정부 고위인사가 『총리는55∼60세가 적당하다』고 말했다는 것처럼 현정부내의 C씨와 같은 「연부력강」한 인사가 총리로 기용되지 않나 하는 얘기도 나오더군요.
2월 24일로 임기가 끝나는 전대통령은 일단 연희동 사저로 돌아갈 것이고 국가원로 자문회의의장이 되겠죠. 전직대통령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해 경호·의전을 받게 될 것입니다.
아무튼 국민직선에 의한 정통성 있는 정부의 출범은 우리의 외교적 입김도 강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과거 외교가 국내정치의 왜곡을 뒤치다꺼리하는데 많은 힘을 쏟았는데 이제 그런 일은 적어지겠죠.
무엇보다 올림픽으로 새 정부는 국제적으로 더할 수 없는 호기를 맞게된 셈이고 국내적으로도 올림픽준비로 국민적 역량을 집결시켜 나갈 좋은 명분을 갖는 셈이죠.

<북방외교 전개주목>
소련·중공·동구권 등이 올림픽참가를 결정하고 실제 선수단이 다녀가면 우리에 대한 인식이나 관계에 변화가 올 가능성이 많죠. 또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나면 남북한간의 외교경쟁은 사실상 끝나는 게 아닙니까.
중공방문을 희망하는 당선자의 북방외교의 전개가 어떤 형대로 나타날지 주목됩니다 대북한자세도 보다 적극성을 띨 것으로 보이는데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대화의 재개가능성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노 당선자가 올림픽이후 「중간평가」를 받겠다는 공약도 금년정국의 이슈로 등장할 전망입니다. 사실 재 신임 문제는 선거승리를 위한 선거운동의 전략차원에서 나온 것 아닙니까 .따라서 유신 때의 국민투표에 의한 신임확인, 내각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 등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아무튼 재 신임을 받겠다고 했으니 어떤 형식으로든 신임을 묻는 과정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 구체적인 방법은 그때 가서 정치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민정당으로서도 36%지지로 출발한 정권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과반수 지지를 확인 받고 싶은 정치적 필요성은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노 정부로서는 지난해 8,9월 우리사회를 휩쓸었던 노사분규가 4월 들어 재연될 경우 첫 시련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총선·새 정부구성·예상되는「춘투」·지자제·올림픽…등등으로 올해 역시 눈코 뜰 새 없는 한해가 되겠군요. 이런 잇달은 대사를 치러나가는 과정에서 우리정계나 정치인의 모습이 바뀔 것은 물론이고 정치의 질·형태 역시 엄청난 변화를 보일 것입니다. 그 모든 변화가 민주화와 화합·신뢰·도덕성의 제고라는 방향에서 이뤄져야 함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입니다.<정리=박보균. 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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