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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없는 청년과 고독한 노인, 부산 셰어하우스 ‘동거동락’실험

중앙일보

입력

노인들이 많이 사는 부산의 한 단독주택 골목.[사진 부산시]

노인들이 많이 사는 부산의 한 단독주택 골목.[사진 부산시]

부산에서 나 홀로 사는 노인 등이 소유한 집의 빈방을 개조해 청년들이 함께 사는 셰어하우스, 일명 ‘동거동락(同居同樂) 사업’이 추진된다. 노인과 청년을 서로 연결해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주면서 노인의 고독사를 막거나 무료함을 달래주고, 청년에게는 싸게 주거난을 해결해주려는 뜻이다.

내년 1월까지 노인소유 단독주택 5채 개조 #1채당 청년 3명 정도씩 입주하는 15호 조성 #노인에겐 가족을,청년에겐 주거난 해소목적

부산시는 내년 1월까지 단독주택과 대학이 많은 2~3개 지역에서 셰어하우스 5채를 조성해 1채당 청년 3명 정도를 입주시키는 동고동락 사업을 ㈜GS건설과 공동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이를 위해 이미 사업비 6000만원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5000만원은 GS건설 직원들이 사회공헌 사업을 해보자며 십시일반 모은 성금으로 마련됐다. 나머지 1000만원은 시 보조금이다.

부산의 단독주택 모습.[사진 부산시]

부산의 단독주택 모습.[사진 부산시]

이 돈으로 1층 또는 2층 독채가 비어있는 주택을 소유한 60세 이상의 신청을 받아 1채당 1000만~1500만원을 들여 벽지·장판, 화장실·싱크대 등을 리모델링해주고 냉장고·세탁기 같은 공동생활집기를  마련해준다. 대상주택은 방 2개 이상과 공동이용 가능한 주방·거실·화장실을 갖추면 된다. 부산시는 안부확인 등이 필요한 나 홀로 사는 어르신의 주택을 우선 선정해 지원하기로 했다.

이렇게 개조된 주택에는 부산의 대학생과 부산에 주소를 둔 취업준비생(18~29세)에게 주변 시세의 3분의 1수준에서 임대한다. 대학생 등의 신청은 내년 1월 2일부터 26일까지 부산경제진흥원(051-626-6763)에서 받는다. 신청자는 입주희망 주택을 사전 답사해 입주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입주 시기는 내년 2월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산시지부도 “힘을 보태겠다”고 나섰다. 금정구 등 구·군 공인중개사지회에 연락해 셰어하우스가 가능한 노인들의 주택 발굴하고 있다. 대상주택 신청은 오는 12월 20일까지다.

부산시가 청년들의 주거난 해소를 위해 연산동에 2019년 6월 완공할 드림아파트의 조감도. [조감도 부산시]

부산시가 청년들의 주거난 해소를 위해 연산동에 2019년 6월 완공할 드림아파트의 조감도. [조감도 부산시]

부산시는 이 사업의 효과를 기대해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김기영 부산시 일자리본부장은 “나 홀로 어르신은 새로운 가족관계가 형성되고 장기간 비워둔 방을 임대하면서 경제적 자립이 가능하며, 청년은 주거비용 부담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취업준비와 학업에 몰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산시는 현재 청년들의 주거난 해소를 위해 도시공사에서 재개발한 임대아파트 19채를 청년 54명에게 임대하고 있다. 또 연제구 연산동에 청년에게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8년간 임대하는 드림 아파트 108가구를  2019년 6월 완공키로 하고 추진 중이다.

10월 현재 인구 347만8000여명인 부산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56만1000여명이다. 노인 가운데 나 홀로 사는 어르신이 10만2000여명에 이른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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