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도 힘든데…" 필리핀 대통령궁서 폭발 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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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통신 등은 수도 마닐라 중심부에 위치한 대통령궁인 말라카냥궁 안에서 20일 폭발이 발생했으나 사상자는 없다고 보도했다. 이번 폭발 사고는 17일 중부 레이테섬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뒤 필리핀 군부에서 쿠데타를 모의하고 있다는 설이 돌고 있는 가운데 발생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한 목격자는 "구내 정원의 한 쓰레기통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며 "땅이 흔들릴 정도로 폭발음이 매우 컸다"고 전했다.

대통령궁의 델핀 방기트 경호실장은 "정원 쓰레기가 가득 담긴 봉지에서 폭발 장치를 발견했다"며 "폭발 현장을 봉쇄하고 탐지견을 동원하는 등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방기트 실장은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은 폭발물이 터질 당시 부근 건물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며 "대통령은 폭발 사고에 놀라지 않았으며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아로요 대통령은 산사태가 발생한 다음날인 18일 쿠데타 발생 직전 등 위기상황 때나 발령하는 적색경계령을 전국 경찰에 내렸다. 아로요 대통령은 2001년 집권 이후 군 개혁 실패로 영관급 이하 소장파 장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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