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 … 네가 그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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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몸은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고…. 한번은 겪어봤을 법한 불면의 괴로움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불면을 반긴다. 바로 불면 치료용품 판매사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포브스 최신호는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활짝 웃게 된 기업들을 소개했다. 불면 치료 시장의 최전선은 역시 수면제를 만드는 제약회사. 세프라코는 지난해 4월 시판한 '루네스타'로 9개월만에 3억29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 수면제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처음 장기 사용을 승인한 약이다.

이 회사의 최고 재무책임자(CFO) 데이비드 사우스웰은 "불면 치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며 "시장은 더 성장할 것"이라고 반겼다. 이외에도 사노피-아벤티스사의 '앰비엔'은 지난해 미국 내 매출이 20억 달러로 증가했다. 세계 최대 제약사인 화이자는 새로운 수면제 출시를 앞두고 FD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수면제까지 필요하지는 않지만 그냥은 잠 들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수면용품 시장도 호황이다. 마스크.베개.가습기 등 잠을 잘 들게 만드는 물건을 파는 레스메드는 지난해 주가가 44%나 뛰었다. 지난해 총 매출액이 4억6500만달러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상품도 다양해졌다. 4달러만 주면 살 수 있는 로즈마리.라벤터 등 아로마에서부터 2만달러짜리 숙면용 매트리스까지 나왔다. 작은 스피커와 헤드폰 세트가 포함된 '오리지널사운드 베개'(50달러), 졸음을 유도하는 음악이나 목소리를 들려주는 MP3플레이어 같은 음향기기(147달러), 특수한 음파를 발산해 잠을 오게 하는 팔찌(80달러) 등 하이테크 상품도 속속 등장했다.

또 일본의 마쓰시타전기는 30분 안에 꿈나라로 안내하는 '수면방'을 올 봄 미국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수면방'에는 특수 제작된 침대, 소음을 흡수하는 벽, 졸음을 불러오는 광선, TV스크린 등이 설치된다.

숙면은 잠자리를 제공하는 호텔업계에서도 중요한 상품이다. 매리어트호텔 체인은 올해 안에 1억9000만 달러를 투자해 2400여개 호텔에 숙면에 좋다는 매트리스 60만개를 교체 설치할 예정이다. 이 호텔 체인에는 환기 시스템에 수면을 촉진하는 향(아로마)을 불어넣어 투숙객에게 아로마테라피 효과를 내도록 하는 곳도 있다.

미국의 '수면 시장'이 급성장한 원인은 불면인구가 증가한 탓이다. 전미수면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하루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인 미국인의 비율이 지난해 16%에 달했다. 이는 1998년(12%)에 비해 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에선 70년대 몇 곳에 불과했던 수면 관련 연구소가 최근 650여개로 늘어났다.

한편 전미건강연구소는 미국인들이 수면 장애로 연간 160억 달러를 지출하며, 500억 달러의 생산성 감소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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