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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병헌 수석 옛 보좌진, 롯데홈쇼핑에 게임단 창단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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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검찰이 전병헌(59) 청와대 정무수석의 옛 보좌진이 롯데홈쇼핑 측에 e스포츠 게임단을 창단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 중이다. 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롯데홈쇼핑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에서 2015년 5월 전 수석이 국회의원이었을 때의 비서관인 윤모(체포)씨가 롯데홈쇼핑 측에 “e스포츠 발전을 위해 게임단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했다는 진술을 얻었다.

롯데 측 “10억 넘는 창단비 부담돼 #게임리그 스폰서로 3억 후원금” #강현구 전 사장 “전병헌 만나” 진술 #검찰, 보좌진 영장에 뇌물 혐의 적용 #롯데 “재승인 뒤라 대가성 없었다” #전 수석 측 “롯데 불리한 법안 입법”

검찰은 이 같은 진술이 롯데홈쇼핑이 한국e스포츠협회가 주최하는 행사에 후원금 3억원을 건넨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경위를 살펴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조사에서 “윤씨가 2015년 5월 게임단 창단을 제안했지만 10억원가량 소요되는 것이 부담스러워 내부 검토 끝에 한국e스포츠협회가 주최하는 게임리그에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해 3억원을 후원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진술했다.

롯데홈쇼핑은 후원금을 건네기 이전인 2014년 납품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신헌 당시 대표가 구속됐고, 2015년 4월 방송 재승인 결정이 있었다. 전 수석은 롯데홈쇼핑의 재승인 업무와 관련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이었고, 당시 당시 한국e스포츠협회(KeSPA)의 명예회장이었다.

롯데홈쇼핑이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한 행사는 2015년 7월 한국e스포츠협회가 주최한 ‘2015 케스파컵시즌2’다. 회사 측은 검찰에서 “이미 (홈쇼핑) 재승인을 받은 이후여서 대가성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이 회사가 재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전직 임직원들의 비리 혐의를 축소한 허위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는 의혹으로 감사원 감사를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한국e스포츠협회가 롯데홈쇼핑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전후 사정을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검찰은 강현구 롯데홈쇼핑 전 사장이 전 수석(당시 의원) 측을 찾아간 경위도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강 전 사장이 전 수석을 만난 적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가 회사와 관련해 ‘잘 봐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의원실 쪽에 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 ‘기프트카드’가 오갔다는 사건 관련자의 진술도 확보하고 진위 여부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전 수석의 옛 비서관인 윤씨 등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해 조사 중이다. 지난 7일 윤모·김모씨 등 두 전직 비서관에 대해 뇌물 혐의를 적용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검찰은 2015년 7월 롯데홈쇼핑 측이 한국e스포츠협회에 건넨 후원금 3억원이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한 대가성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또 후원금 중 일부가 협회 밖으로 빠져나간 단서도 포착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씨 등의 체포영장에는 3억원 가운데 1억1000만원을 빼돌린 혐의가 포함돼 있다. 윤씨 등이 한국e스포츠협회와 사업가 배모씨(체포) 사이에 실제로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수법 등으로 후원금을 유용한 정황이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외형상으로 횡령이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이 될 수 있는 구조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심스러운 정황을 전 수석이 알았는지 여부에 따라 검찰 수사의 성격은 달라질 전망이다. 보좌진의 뇌물과 횡령 등의 혐의가 구체화되고 전 수석이 이 같은 정황을 인지했을 경우 향후 수사가 전 수석을 향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전 수석의 연관성을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 수석 측은 “당시 롯데홈쇼핑 등 관련 업계에 불리한 입법을 소신 있게 추진했다. 어떤 불법에도 관여한 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윤씨 등 전날 체포한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일훈·박사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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