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건강문해력 높은 나라가 헬스케어 지수도 높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8면

마헨더 나야크 한국다케다제약 대표

마헨더 나야크 한국다케다제약 대표

1998년 인도에서 진료하던 시절 얘기다. 병동에 한 소아암 소녀가 큰 수술을 앞두고 긴장한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소녀의 부모 얼굴에도 근심이 가득했다. 힘이 되고 싶은 마음에 소녀에게 “수술이 끝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뭐니?”라고 물었다. 그러자 소녀는 “병원에 다시는 안 오는 거요”라고 대답했다. 마음이 뭉클해져 말없이 손을 꼭 잡아줬던 기억이 난다.

혁신적인 의약품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것이 제약기업의 기본 역할이다. 하지만 소녀의 말처럼 환자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바로 건강이다. 건강을 통해 더 밝은 미래를 여는 것에 글로벌 제약기업의 힘을 보태야 한다. 이게 바로 진정한 ‘환자 중심주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건강은 사실 쉽게 쟁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한국 속담처럼 올바르지 않은 작은 습관이 쌓여 건강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좋은 생활습관을 기르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영미권에서는 이미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건강 동화’가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상황이 좀 다르다. 건강한 습관을 심어주는 어린이용 콘텐트가 충분하지 않다. 시중에 있는 것들마저도 깨끗하게 손 씻기, 양치질하기, 군것질 안 하기 등 단순한 소재에만 집중된 경향을 보인다. 다른 건강 정보는 모두 성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린이가 올바른 건강 습관에 대해 읽고 제대로 해석하며, 이를 실천에 옮기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능력이 바로 ‘건강 문해력’이다.

2012년부터 한국다케다제약은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건강 동화책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건강 문해력을 키우고 올바른 습관을 길러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 목적이 있다. 건강동화 한 권을 제작하는 데 기획, 시나리오·일러스트 제작, 편집 등 여러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1년 이상 걸린다. 또 단계마다 직원들의 제안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현재까지 총 3권의 동화를 출시했다.

2011년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경제학 박사인 마이클 포터는 ‘공유 가치 창출’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사회공헌보다 한 단계 진보한 개념이다. 건강 문해력이 높아지면 나아가 질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국가 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과거 의식주를 소비하는 시대에서 점차 건강 콘텐트를 소비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를 ‘헬스케어 지수’로 나타낼 수 있다면, 앞으로 ‘건강 문해력’이 높은 국가가 헬스케어 지수 또한 더욱 높은 국가가 될 것이다. 어린이들의 건강 문해력 향상을 통해 한국의 헬스케어 지수를 높일 때다.

마헨더 나야크 한국다케다제약 대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