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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막판돼야 허둥대나|신성순(경제부 차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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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시장개방을 둘러싼 미국과의 통상마찰이 더이상 유예를 허용치 않는 막바지 국면에 이른 느낌이다.
미국정부는 담배협상을 위해 최근 미국을 방문했던 한국대표단 편에 연말까지 담배·보험· 고급 쇠고기시장의 개방요구에 불응하는 경우 내년부터 미통상법 301조를 발동하겠다는 최후 통첩을 보내왔다.
미국이 얘기하는 통상법 301조발동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게될지 아직은 알수 없는 일이나 일본과의 반도체전쟁때 보여준 예로 미루어 우리의 대미 주종수출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때문에 정부는 18, 26, 28일등 몇차례나 관계경제장관 대책회의를 가졌으며 28일에는 이례적으로 국회 상공위 무역소위원회까지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하는등 다급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좀 한심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정부가 왜 이처렴 막바지 단계에 몰려 허둥거리게 됐느냐는 점이다.
우리가 알기로는 미국이 301조 발동을 경고한 것은 이미 지난6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경제협의회 때였다.
최근 날아든 미국의 통첩은 말하자면 그때의 약속을 지키라는 최고장인 셈이다.
6개월전에 그같은 약속을 했으면 국민들에게 사정을 알리고 중지를 모아 지금쯤은 우리의 태도를 결정했어야 옳았다.
그런데 정부는 사정을 있는 그대로 알리기는 커녕 숨기고 둘러대기에 바빴다.
지금 정부내에는「약속대로 개방해야한다」는 주장과 「국민의 반대 여론이 강하니 차제에 보복조치의 따끔한 맛을 알도록 하기 위해서도 불응해야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다.
몰래 일을 저질러놓고 6개월이나 질질 끌다가 이제 와서 국민들에게 보복의 맛을 보여야 한다니 이처럼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는가.
정부는 이제라도 대미협상의 진상을 소상히 밝히고 이해득실을 가려 개방할 것은 개방하고 안되는 것은 안된다는 선명한 자세를 보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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