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쇼핑 결제 불안 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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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지난해 4월 ‘노트북을 50% 할인 판매’한다는 메일을 받고 해당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해 노트북 PC를 1대 구입했다. 가격을 할인하는 대신 반드시 현금으로 결제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박씨는 송금을 한 뒤 배송에 대한 질문을 하기 위해 전화를 했더니 직원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해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하루 뒤 업체에 전화를 걸어 환불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쇼핑몰은 "환불은 안 된다"는 답변뿐이었다. 몇 시간 뒤 인터넷을 통해 이 쇼핑몰에서 노트북을 산 뒤 물건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더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쇼핑몰은 폐쇄된 상태였다. 은행 측에 송금을 무효로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미 이체된 상태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이렇게 소비자가 인터넷에서 결제하고 물건을 받지 못하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4월 결제대금을 제3자가 잠시 맡아두는 결제대금예치제도(Escrow)가 도입된다. 또 인터넷쇼핑몰 업체가 소비자 피해에 대비해 피해보상보험에 가입하는 제도도 함께 시행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이 공포됨에 따라 4월부터 인터넷 쇼핑몰과 홈쇼핑업체는 결제대금예치제나 소비자피해보상보험 중 하나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20일 밝혔다. 대상은 현금으로 10만원 이상 지급하는 거래다.

결제대금예치제가 시행되면 소비자는 주문을 한 뒤 대금을 인터넷 쇼핑몰이 아닌 은행 등 예치기관으로 송금하면 된다. 예치기관은 소비자가 물건을 받았다고 통보하면 맡아두고 있던 대금을 쇼핑몰에 지급하게 된다. 그러나 소비자가 상품이 배달된 지 사흘이 넘도록 통보를 하지 않으면 예치기관이 쇼핑몰에 대금을 지급할 수 있다.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은 판매자인 인터넷쇼핑몰이 소비자 피해에 대비해 보증보험사에 보험 가입을 하는 것이다. 이때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을 하면 쇼핑몰이 보증보험사와 계약을 하고 보증보험사가 소비자에게 계약이 체결됐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소비자는 피해보상보험 계약이 된 것을 확인한 뒤 돈을 보내면 된다.

그러나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경우는 결제대금예치제나 피해보상보험 대상이 아니다. 물건을 사고 신용카드로 결제해도 실제 돈을 지급하는 것은 한 달 정도 뒤 이뤄지기 때문에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에서다. 신용카드로 결제한 뒤에 물건이 오지 않는다면 카드회사에 물건이 오지 않았다고 통보하면 결제가 되지 않는다고 공정위 측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4월부터 온라인 쇼핑을 할 때는 판매업자가 이런 소비자보호제도를 도입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10만원 이상을 현금으로 결제하는데도 결제대금예치제나 피해보상보험 등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면 이런 인터넷 쇼핑몰에선 물건을 사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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