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의학계|AIDS 국내발생"충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올해의 국내의학계는 뚜렷이 획을 그을만한 큰 업적은 남기지 못했으나 여러가지 「사건」으로 떠들썩한 한해였다. 금년에 있었던 의학분야의 이모저모를 정리해 본다.
올해 의학계에서 가장 큰 뉴스는 역시 AIDS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케냐에서 AIDS양성자로 밝혀져 귀국한 교민 윤모씨(62)가 2월12일 서울에서 사망한 것.
최초의 한국인 희생자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준것인데 7월에는 혈우병어린이가 AIDS양성 반응자로 나타나 다시 한번 경종을 울려주었다.
AIDS의 국내발생을 계기로 정부는 3월2일 AIDS를 렙토스피라병·만성 B형 간염과 함께 지정전염병으로 고시했고 5월에는 AIDS예방법을 제정, 공포 (11월28일) 하기에 이르렀으며 이와함께 상담소운영·혈액에 대한 항체검사도 확대 실시되었다.
2월부터는 한방의보가 실시되었으나 적용범위가 침구·부항 및 가매소요산등 36개 처방약제에 국한되는등 많은 문제점을 보여주었다.
금년은 노사분규로 인한 병원기능의 마비로 큰 진통을 겪기도 했다.
지난 7월 이후 60여개 병원에서 노조가 설립되어 이 가운데 서울대병원·한양대병원등 20여개 병원에서 분규가 일어나 환자와 보호자들이 곤욕을 치렀으며 우신향 병원을 비롯한 서울기독병원·인천세광병원·청주 서울병원등 수개병원은 폐업 또는 장기 휴업을 해야했다. 이같은 분규는 의료기관의 공적책임을 다시 한번 생각게 해준 「사건」이었다.
올해의 연구가운데는 전기생리학적 방법을 이용한 순환기질환의 진단과 치료성과들이 특히 눈길을 끌었으며 당뇨병·갑상선 질환등 각종 최신 진단병에 대한 연구도 많이 발표되었다.
각종 진단 및 치료제의 열띤 개발경쟁도 특기할만한 일로 ㈜녹십자와 동아제약이 효소면역측정법을 이용한 AIDS진단시약을 국산화했으며 KAIST의 제3세대 간염백신, 국립보건원의 렙토스피라병 백신개발에 이어 한국화학연구소도 AIDS치료제로 알려진 AZT (아지도티미딘)의 합성법 개발에 성공을 거둔바 있다.
올해에는 제8차 아시아-태평양 암학회, 제5차 아시아내 양주 방사선 의학회, 제16차 태평양과학회의, 국제의학교육 세미나등 굵직한 국제학술대회가 잇달아 열려 의학분야의 국제학술교류도 활발하게 이루어진 한해있다.
강남성모병원에서는 자체적으로 뇌사판정기준을 마련했는데 심장과 간등의 본격적인 장기이식시대를 예고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남겼다.
이밖에 「양심있는 인술로 의업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자」는 취지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발족(11월21일) 도 신선한 충격의 하나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금년에는 서울대병원장·동국대총장을 지낸 김동익박사(내과), 서울대총장·원자력병원장을 지낸 윤일선박사(병리학) 등 의학계원로가 타계하기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