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적 삶 무리없이 형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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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M-TV의 인기드라마 『사랑과 야망』 (김수현극본·최종수 곽영범연출)이 27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작가 김수현의 면도날같은 대사와 출연진의 탄탄한 연기력이 돋보인『사랑과 야망』은 서로 판이한 두성격의 아들 태준·태수(남성훈·이덕화)를 중심으로 50년대부터 현재에까지 이르는 한 집안의 가족사를 다룬 드라마.
여기에 생활력이 강한어머니(김용림)와 자기실현에 적극적인 미자(차화연)등의 삶이 사랑과 야망이라는 인생의 두축을 오가며 반전을 거듭, 기타출연진들과 함께 지난 30년 동안 우리사회가 겪은 다면적인 삶의 모습들을 형상화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58년 춘천을 무대로 출발한『사랑과 야망』은 또 시대상의 묘사를 담당한 세트와 소품준비도 꼼꼼한 편으로 60년 대식 방앗간·미장원·시발택시등은 물론 당시 개봉된 영화포스터등에까지 세밀한 주의를 기울였다. 그러나 『사랑과 야망』의 이같은 탄력성은 중반부부터 상실되기 시작했다.
이는 30년이라는 세월을 무대로한 드라마답지 않게 출연인물들의 의식과 행위가 최소한의 사회적 성격을 띠지 못한데 큰 원인이 있다.
따라서 두 아들 태준·태수의 출세과정이 단지 개인적인 성실과 노력의 결과라는 추상적인 내용을 면할 수 없었다. 결국가난에서 부에 이르는 두 형제의 입지전과 같은 결론을 맺은 것에 불과해 공감과 설득력을 잃은 것이다.
이 드라마의 또 하나의 흠은 주인공인 미자의 삶을 사랑의 갈등속에서 놓아주지 않고 반복을 거듭했다는 점이다.
태준·미자라는 기본선위에 벌어진 미자·홍조, 태준·재은등의 관계는 곧 자기실현과 사랑의 소유라는 미자의 「사랑과 야망」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지나치게 길고 많은 부분을 차지한데서 드라마의 균형성을 잃은것이 사실이다.
또 여자로서 독립된 삶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미자의 의지가 설득력을 잃고 편집광적인 성격을 띨수밖에 없었던 것은 작가가 인물의 개성에 집착한 나머지 아무런 공감을 낳지못해 결국은 새로운 인간형의 창출에 실패했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된다.
또 드라마의 끝부분 처리를 시청자의 사고에 맡긴 것은 결론의 은폐를 통한 드라마의 폭넓은 의미공간을 낳았다기보다 안이한 파격이었다는 점에서 『사랑과 야망』은 가족사를 통한 지난 30년의 우리 사회사를 보여줄 것이라는 당초의 기대를 외면하고 말아 호흡이 긴TV드라마의 출현이 우리 TV의 과제임을 재확인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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