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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 북핵 해결 원칙 이견 좁혔지만 방위비는 이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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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 정상회담에서 굳건한 한ㆍ미 동맹에 대한 공감대를 재확인하고 북한 핵문제 해결 방식에 상당 부분 의견을 접근했다. 특히 미국의 최첨단 전략자산 배치 등에 대한 진전된 논의도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도 상당히 낮아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한ㆍ미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한ㆍ미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다만 문 대통령이 평택 이례적으로 미군기지를 방문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갖췄지만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인식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날 단독ㆍ확대 정상회담과 청와대의 브리핑, 양국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 내용을 바탕으로 쟁점 사안들을 정리했다.

◇“한ㆍ미는 단순한 동맹국 이상”

트럼프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미국에게 단순한 오랜 동맹국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상회담 직후 이어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전쟁에서 나란히 싸웠고 평화 속에서 함께 번영한 파트너이자 친구”라며 이같이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코리아 패싱(한국 우회)’ 논란에 대해서도 “한국을 우회하는 일은 없다. 이점은 지금 바로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이 철통같은 방위공약을 거듭 확인하고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 상춘제에서 친교산책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 상춘제에서 친교산책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트럼프 대통령은 6ㆍ25 전쟁 등의 역사도 언급했다. 그는 “양국의 병사들은 자유를 위한 투쟁에서 장렬히 목숨을 바쳤다”며 “우리의 동맹은 한반도와 인도ㆍ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핵의 평화적이고 근원적 해결 원칙”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하루속히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진지한 대화에 나설 때까지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가해 나간다는 기존의 전략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동의 접근 방법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의 평화적이고 근원적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에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과 병사식당에서 식사를 하고있다. 청와대사지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에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과 병사식당에서 식사를 하고있다. 청와대사지기자단

‘군사적 옵션’을 언급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는 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그는 “지금 (북핵 해결을 위한) 카드를 다 보여줄 수 없고, 현재로서는 북한이 옳은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 3척의 가장 큰 항공모함이 (한반도 주변에) 위치하고 핵잠수함도 배치되고 있다. 다시는 이런 부분이 실제로 사용할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 정상은 이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체제를 구축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다만 북한과의 대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점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한다”(트럼프), “지금은 제재와 압박에 집중할 때다. 국면이 전환되면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관해 한국과 미국간에 보다 긴밀하게 협의하게 될 것”(문 대통령)이라고 언급했다.

◇“핵추진 잠수함과 정찰자산 도입 협의”

양국 정상은 이날부로 한국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2017년 개정 미사일 지침’을 채택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자체 방위력 증강을 위한 협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2012년 미사일 지침에 따라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 중량은 각각 800km와 500kg으로 제한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미 공동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미 공동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와 함께 지난 9월 뉴욕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던 핵추진 잠수함 도입 방식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의 무기 구입 또는 전략자산에는 핵추진 잠수함과 최첨단 정찰 자산이 포함돼 있다”며 “해당 무기를 구입할 수도 있고, (한ㆍ미가) 같이 개발할 수도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기술적 측면부터 검토하며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핵추진 잠수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지난번 (뉴욕) 정상회담에서 원칙적인 협의가 있었고, (도입에 대한) 원칙적인 부분에선 승인이 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핵추진 잠수함 외에 전략 정찰무기의 종류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뉴욕 정상회담 때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 논의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밝혔었다.

미국의 전략 무기 도입 문제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군사 자산이 우리에게 있고, 전투기든 미사일이든 미국 자산이 가장 훌륭하다”며 “한국에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무기를 주문하는 것으로 말했다.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장비를 (한국이) 주문할 것이고 이미 승인 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균형외교는 외교 지평 넓히는 것”

문 대통령은 논란이 됐던 ‘균형외교’에 대해서 직접 해명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해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기(균형외교)에는 중국도 당연히 포함되고 아세안(ASEAN), 러시아, EU(유럽연합) 등과 외교 관계를 다변화한 외교를 해나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핵 해결과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미국과 중국은 각각 역할이 있다”며 “미국은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주도해 반드시 효과를 낼 거라고 확신한다. 중국도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이행에 동참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더 가중시켜 이 역시 북핵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트럼프 대통령도 “시진핑 중국 주석도 (북핵 문제 해결에)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 러시아도 도움을 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중국과 러시아, 다른 국가들의 도움을 얻을 수 있게 된다면 많은 상황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지난 25년간 다뤘어야 했고 오래 전해 해결됐어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합리적 방위비 분담” vs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돈”

내년부터 진행될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대해서는 양 정상이 미묘한 온도차를 냈다. 문 대통령은 “한ㆍ미 동맹의 미래와 대한민국의 기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평택 (험프리스) 기지를 함께 방문했다”며 “한ㆍ미가 앞으로도 합리적 수준의 방위비를 분담함으로써 동맹의 연합방위 태세와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식환영행사에서 의장대 사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식환영행사에서 의장대 사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관련 질문을 받자 “험프리스는 굉장히 놀라운 군사시설이고 굉장히 많은 돈이 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미국도 많은 돈을 지출했다.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지출한 것이지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에 문 대통령은 재차 “보충해서 말하겠다”며 “평택 기지 방문은 한ㆍ미 동맹에 대해 한국이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좋은 계기가 됐을 것이다. 그점에 대해 아까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감사를 표시한 바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FTA 폐기’ 언급은 없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 폐기와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무역 불균형 해소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단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한국을 국빈 방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확대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한국을 국빈 방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확대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ㆍ미 FTA와 관련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 그렇게 좋은 협상이 아니다”라며 “우리 측과 더 나은 협상을 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FTA 폐기’ 주장까지 했던 것에 비하면 수위가 낮아졌다. 이는 참모진이 배석한 확대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밝힌 “(한국이)많은 무기를 구매하기로 한 데 감사드린다. 한국이 미국의 군사 장비를 구매함으로써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도 회견에서 “한ㆍ미 동맹의 한 축이 경제 협력이라는 것을 재확인 했다”며 “자유롭고 공정하며 균형적인 무역의 혜택을 함께 누리기 위해 관련 당국으로 하여금 한ㆍ미 FTA 관련 협의를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도록 했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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