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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만에 제약 사업 손떼는 CJ…왜·누구에게·얼마에 파나

중앙일보

입력

7일 CJ헬스케어가 개발한 차세대 항혈전제 ‘브릴린타’의 제네릭(복제약) ‘씨제이티카그렐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CJ헬스케어가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신약인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테고프라잔’도 내년 출시를 목표로 식약처의 허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매각주관사 모건스탠리, 6일 투자설명서 발송 #낮은 수익률, 리베이트 등 악재가 철수 부추긴듯 #"지분 가치 1조원, CJ제일제당에게 호재로 작용"

그런 CJ그룹이 제약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하고 CJ헬스케어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신약 출시를 앞두고 있는 등 “CJ그룹의 제약 사업이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다”는 시장 평가와는 정반대되는 행보다. 매각 주관사로 선정된 모건스탠리는 6일 주요 투자자들에게 투자설명서를 발송했다.

이번 매각 추진 결정은 1984년 CJ제일제당을 통해 유풍제약을 인수하고 제약 사업을 시작한 지 33년 만이다. CJ헬스케어는 2014년 4월 CJ제일제당에서 제약 사업 부문을 독립 법인으로 출범했다. CJ헬스케어는 CJ제일제당의 100% 자회사이며, 지주사인 CJ는 CJ제일제당의 최대주주다.

CJ그룹이 이런 결정을 한 데는 그룹 내 다른 사업군보다 낮은 수익률과 여러 사업 난관 때문이다.
CJ헬스케어는 비알콜성 지방간 치료제 등의 신약, 빈혈 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중 일부는 중국 등 해외로 기술수출이 이뤄졌지만 그 규모가 작고 임상이 예정대로 마무리되더라도 예측할 수 없는 시장 반응은 또 별개의 문제다. 불법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판매 정지 처분을 받는 등의 악재도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

CJ헬스케어의 지난해 매출은 5208억원, 영업이익은 679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제약사 순위로만 본다면 10위권 안에 든다. 그러나 그룹 전체로 보면 이 정도 사업 규모로는 비중이 턱없이 작다. CJ CGV는 지난해 1조4322억원, 영업이익 703억원을 기록했으며 방송 계열사인 CJ E&M은 영업이익은 378억원으로 적지만 매출은 1조2905억원을 기록했다.

4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밝힌 ‘2020년 그룹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달성’이라는 목표에도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제약 사업은 그룹 포트폴리오에 적절하지 않다. 엔터테인먼트ㆍ식품 등 주력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나머지 사업은 과감히 개편하겠다는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CJ헬스케어는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다 중단한 바 있다.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ㆍ셀트리온헬스케어 등 바이오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화학의약품에 강한 CJ헬스케어가 원하는 수준의 공모 자금을 채우지 못해 IPO를 미뤘다는 분석이 나왔다.

M&A 업계에서는 CJ헬스케어의 현재 지분가치가 약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매각 절차가 마무리되면 CJ제일제당으로서는 실탄 확보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속되는 M&A와 설비 투자로 지난해 안정성이 저하된 CJ제일제당이 CJ헬스케어 매각대금의 일부를 통해 재무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수 후보자로는 다국적 제약사나, 국내 상위제약사, 중국계 사모펀드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간 대기업들이 제약 사업에 도전했다가 철수한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다. 2014년 한화그룹의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은 지분 100%를 2015년 근화제약에 지분 100%를 매각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도 2013년 한독약품에 자회사인 태평양제약을 매각했다. 제약 산업 불황에 따른 매출 감소와 리베이트 쌍벌제 등으로 사업이 위축되면서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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