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개의 트위터글…일본엔 '진주만', 한국엔 '젠틀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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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을 방문하기 직전 2개의 트위터 글을 올렸다.

먼저 일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하와이를 떠나 일본으로 향하며 “진주만을 기억하라. 애리조나함을 기억하라. 그날을 잊지 않을 것이다(Remember Pearl Harbor. Remember the USSArizona! A day I’ll never forget)”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하기 직전 '진주만을 기억하라'는 트위터를 올렸다. 그리고 미일 정상회담에서 노골적인 무기 판매를 요구했다. 그는 한국 방문 직전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젠틀맨'이라고 지칭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하기 직전 '진주만을 기억하라'는 트위터를 올렸다. 그리고 미일 정상회담에서 노골적인 무기 판매를 요구했다. 그는 한국 방문 직전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젠틀맨'이라고 지칭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트위터 캡처]

이 문구는 세계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 이후 미국이 사용해온 전통적 구호다. 첨부된 동영상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진주만 공습 당시 파괴돼 침몰한 애리조나함 자리에 세워진 기념관에 헌화하는 모습도 담겼다.

이에 대해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 대통령으로서 첫 하와이 방문이고, 현역ㆍ퇴역 군인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낸 것이다. 이번 방일은 아시아 순방의 일환이기 때문에 일본을 의도해 올린 내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아베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기간 내내 그를 극진히 대접했다. 그러나 6일 미ㆍ일 정상회담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 ㆍ일 무역은 공평하지도, 열려있지도 않다. 하지만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떠나기 직전인 7일 오전에도 “나의 일본 방문과 아베 총리와의 우정은 위대한 우리나라에 많은 이익을 가져올 것이다. 대량의 무기와 에너지 구매 주문이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를 놓고 ‘트럼프의 청구서’라는 평가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하기 직전 '진주만을 기억하라'는 트위터를 올렸다. 그리고 미일 정상회담에서 노골적인 무기 판매를 요구했다. 그는 한국 방문 직전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젠틀맨'이라고 지칭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하기 직전 '진주만을 기억하라'는 트위터를 올렸다. 그리고 미일 정상회담에서 노골적인 무기 판매를 요구했다. 그는 한국 방문 직전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젠틀맨'이라고 지칭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떠나기 직전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ㆍ미 정상회담에 대한 또 다른 트위터 글도 올렸다. 그는 이날 오전 트위터에 “멋진 젠틀맨,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Getting ready to leave for South Korea and meetings with President Moon, a fine gentleman)”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모든 것을 해결할 것(figure it all out)!”이라고 덧붙였다.

‘대동아전쟁 기념보국엽서’ 그림으로 홍콩 함락 , 싱가포르 함락, 진주만 공습 장면 이다. [사진제공=메디치]

‘대동아전쟁 기념보국엽서’ 그림으로 홍콩 함락 , 싱가포르 함락, 진주만 공습 장면 이다. [사진제공=메디치]

미국 하와이 연안에 있는 USS 애리조나호 추모관(가운데 직사각형 형태의 건물). 그 아래에 희미하게 보이는 물체가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 때 폭격으로 침몰한 애리조나호 선체다. [중앙포토]

미국 하와이 연안에 있는 USS 애리조나호 추모관(가운데 직사각형 형태의 건물). 그 아래에 희미하게 보이는 물체가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 때 폭격으로 침몰한 애리조나호 선체다. [중앙포토]

트럼프 대통령은 ‘진주만 공습’을 언급한 뒤 일본을 방문해 미국의 무기 구입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서는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군사장비를 보유하고 있다”며 “아베 총리가 미국의 군사장비를 구입하면 상공에서 북한 미사일을 쏘아 떨어트릴 수 있다”고 말했다. F-35A 전투기를 직접 소개하는 세일즈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일본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평등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장에의 접근을 확보해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ㆍ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핵문제 해결과 한ㆍ미 동맹의 공고화다. 그러나 일본에서의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고려하면 무역 불균형 해소와 이를 위한 무기 판매가 한국에서도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무기 구매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입장에 다소 차이가 있다”며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와 전략무기 전개 등에 대해 이미 원칙적 합의를 이룬 상태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회담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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