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녹농균과 패혈증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556호 24면

강재헌의 건강한 먹거리

일러스트=강일구

일러스트=강일구

최근 한 여성이 목줄을 하지 않은 이웃의 개에 물려 6일 만에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녹농균에 의한 패혈증이 있었던 것으로 보도되면서 녹농균과 패혈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주위 도처에 수많은 세균이 떠다니고 있다. 그중 가장 흔한 세균들은 구균, 포도상구균, 막대균, 녹농균 등이다. 이들 세균들은 피부, 흙, 물 등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대부분 평상시에는 우리 몸에 위협이 되지 않으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우리 몸의 면역이 떨어지는 상태이거나 상처를 통해 체내로 세균이 들어갈 경우 감염을 통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평상시 이 세균들이 우리 몸에 감염이나 질병을 유발하지 않는 이유는 피부라는 든든한 보호막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칼에 베이거나 화상을 입거나 동물에게 물리는 등 피부에 손상을 받게 되면, 우리 주위를 떠돌던 세균이 감염을 유발한다.

다행히 우리 몸에는 면역기능이 있어서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이 몸에 심각한 질병을 유발하지 않도록 막고 사멸시킨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몸의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을 때다. 우리 몸이 세균 감염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혈중에 분비된 화학물질들이 전신의 염증반응을 일으켜 주요 장기에 손상이 초래되면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를 패혈증이라고 하는데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폐렴, 신우신염, 복부감염 등 어떤 형태의 감염도 패혈증을 유발할 수 있지만, 노인이나 항암 치료를 받는 암환자 등 체내 면역이 떨어져 있는 경우나 외상을 입은 경우 패혈증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칼에 베이거나 못에 찔리거나 동물에 물려 피부 손상이 생긴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손상된 피부가 아물어 정상적인 보호기능을 할 때까지 상처 부위를 청결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 비누와 따뜻한 물로 상처 부위의 세균과 오염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멸균 처리된 생리식염수로 상처부위를 세척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다음 소독제와 항생제 연고를 사용한 후 상처부위를 반창고로 잘 보호해야 한다. 또한 필요시 항생제 처방을 받아야 한다. 특히, 동물에 물린 경우에는 동물 구강 내 세균뿐만이 아니라 피부 주위의 세균에도 중복 감염될 수 있고, 손상부위가 깊어 뼈, 근육, 혈관 등의 손상 가능성도 있어 반드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외상 후 상처를 적절히 치료한 경우에도 감염과 패혈증의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므로 고열, 오한, 근육통, 복통, 소변량 감소, 호흡곤란 등 감염이나 패혈증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응급실을 방문해 조기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