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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 大戰…코나가 판도 뒤흔들어

중앙일보

입력

국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기존 국산차 구도가 흔들리고 수입차 판매량에 영향을 준다. 현대차가 소형 SUV 코나를 출시한 이후 벌어진 현상이다. 코나의 인기는 현대차 해외 판매 전략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1일 국산차 제조사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코나 판매 대수는 3819대를 기록했다. 동급 최강자였던 쌍용차 티볼리(3710대)를 3개월 연속 넘어서며 동급 차종 1위를 기록했다. 9월(5386대)보다 판매량이 29% 줄었지만, 10월 역대 최장기 추석 연휴를 고려하면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1강 2중 → 2강 1중 2약 판도 변화 #전체 소형 SUV 시장 규모도 확대 #동급 수입차는 판매량 줄어 #소형차 안전사양 기준 끌어올려

코나의 등장은 국내 소형 SUV 시장 판도를 바꿔 놨다. 5월까지 국내 소형 SUV 시장은 쌍용차 티볼리(4724대) 1인 독주 체제였다. 경쟁 차종인 르노삼성 QM3(1531대)와 한국GM 트랙스(1166대)는 월 1000대 이상 팔렸다.

하지만 6월 13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코나를 직접 공개한 이후 ‘1강 2중’ 판도가 바뀌었다. 10월 성적표를 보면 코나와 티볼리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반면 트랙스(959대)·QM3(714대)는 판매량이 1000대 미만으로 떨어졌다. 기아차가 7월 출시한 동급 SUV 스토닉(1089대)이 중간에 끼면서 ‘2강 1중 2중’으로 시장을 재편했다.

코나는 여성 소비자를 현대차 고객으로 유인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7~9월 코나 판매 대수(1만1100여대) 중 여성 고객은 41%다. 현대차가 판매하는 다른 SUV 차종의 여성 구매 비율(투싼 35%·싼타페 20%) 보다 월등히 높다. 현대차는 “최근 코나를 구입한 여성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여성 고객이 코나의 디자인(34%)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여성 고객 관심 덕분에, 코나는 전체 소형 SUV 시장의 크기도 키워 놨다. 코나 출시 이전인 5월까지만 해도 국내 소형 SUV 시장 규모는 월 7000대 규모였다. 하지만 9월 기준 시장 규모는 1만5000대를 넘어섰다. 코나 등장 4개월 만에 시장이 2배 가까이 커진 셈이다. 구상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코나·스토닉 등 동급 차종이 대거 등장하면서 신차 효과가 있었고, 코나와 티볼리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면서 소형 SUV 시장 규모가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국산 소형 SUV 시장에 소비자가 몰리자 반대로 동급 수입차 판매량은 줄었다. 9월 한 달 동안 월 300대 이상 팔린 수입 소형 SUV는 한 대도 없다. 1~8월 평균 200대가 넘게 팔렸던 푸조 2008은 지난달 판매량이 63대로 하락했다.

도로를 주행하고 있는 현대차 소형 SUV 코나 [사진 현대차]

도로를 주행하고 있는 현대차 소형 SUV 코나 [사진 현대차]

포드 쿠가(45대)·혼다 HR-V(10대)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 있는 차종도 한국 시장에서는 인기가 시들하다. 이들을 제치고 코나가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으면서, 현대차는 부진한 해외 시장을 공략할 ‘무기’로 코나를 선택했다. 최병철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지난달 26일 현대차 실적을 발표하면서 “연말 미국 시장에 코나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침체한 미국 시장 공략의 선봉장으로 코나를 점찍은 셈이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인수 6개월 뒤 3000억원 규모의 SUV 티볼리 개발을 승인했다.  [사진제공=쌍용차]

마힌드라는 쌍용차 인수 6개월 뒤 3000억원 규모의 SUV 티볼리 개발을 승인했다. [사진제공=쌍용차]

한편 소형차 안전사양 기준을 올려놓은 것도 코나다. 부주의한 운전패턴을 감지하면 커피잔 모양의 팝업 메시지가 뜨고 경고음이 울리는 기능(운전자 주의경고)과 후방 레이더 센서로 사각지대에서 고속으로 따라붙는 차를 인지하는 기능(후측방경고)은 국내 소형 SUV 중 오직 코나에서만 볼 수 있다.

기아자동차 '스토닉'. [사진=기아자동차 제공]

기아자동차 '스토닉'. [사진=기아자동차 제공]

◇10월 판매 일제히 하락= 최장 10일간 지속한 추석 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어들면서, 국산차 10월 판매량이 일제히 감소했다. 국내 5개 완성차 제조사의 10월 판매실적(69만326대)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 줄었다. 한국GM 판매량(3만4005대)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37.5%) 가장 많이 줄었고, 르노삼성(1만9694대)·쌍용차(1만744대)도 각각 29.6%와 22% 판매대수가 감소했다. 현대차(39만4078대·-4.3%)·기아차(23만1275대·-10.4%)도 줄었지만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내수 시장만 두고 보면 코나와 제네시스 브랜드 인기 등으로 현대차 판매량(5만312대)은 12.3% 증가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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