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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협회와 점주 모두 동의한다면 입법화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7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프랜차이즈협회) 자정실천안 기자회견에는 100여 명이 취재진이 몰려 높은 관심을 보였다. 미스터피자·호식이두마리치킨 등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과 오너 리스크로 인해 가맹점의 피해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 7월, 프랜차이즈협회가 자정안을 내겠다고 공언한 후 석 달 동안 고민한 결과물을 풀어놓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배달 알바' 된 전 가맹점주가 본 프랜차이즈 자정안 #"이번 국회 가맹사업법 개정 막기 위한 시간끌기용" #"법으로 갑질 못하게 막는다면 다시 프랜차이즈 하고파"

이날 자리엔 기자 외에도 두 중년 남성이 ‘을’의 입장에서 박기영 프랜차이즈협회장의 발표를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한때 피자 프랜차이즈 점주였던 김경무(57)·권성훈(50)씨였다. 10년 동안 매장을 해온 김씨는 이후 재계약을 하지 못해 2년 전 가게를 접었다. 권씨는 계속된 매출 하락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 점포를 정리했다. 김씨는 퀵서비스맨, 권씨는 예전 자신의 매장과 경쟁하던 다른 피자브랜드 매장에서 배달맨으로 일한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배달사장’으로 수년간 뛰다 보니 오토바이 배달엔 도가 텄다”고 입을 모았다.

프랜차이즈협회의 발표가 끝나고, 의견을 들었다.
“이번 국회에서 가맹사업법 개정을 막아보려는 시간끌기용이라고 봅니다. 사람이 죽어 나가도 안 고쳐지는데 자정안으로 고쳐집니까? 우리는 안 믿습니다.” 김씨가 말했다. 그는 이날 프랜차이즈협회가 의미 있는 자정안으로 내세운 ‘10년 가맹계약 요구 기간 폐지’의 직접적인 당사자다. 법은 ‘10년까지 가맹계약을 유지’하도록 했지만, 일부 가맹본부는 이 법을 ‘10년이 지나면 계약을 해지’ 할 수 있는 무기로 썼다. 오래된 점포를 정리하고 신규 가맹점을 열면 가맹금과 인테리어 마진 등으로 더 큰 이윤을 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가맹본부와 각을 세운 가맹점주협의회는 장기 가맹점주가 대부분이라 법을 이용해 껄끄러운 점주와 관계를 끊을 수도 있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는 발표 이후 곧바로 논평을 내고 “10년 가맹기간 폐지 등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모두 동의하는 무쟁점 법안은 즉각 법제화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가맹사업법 개정안 요구엔 프랜차이즈협회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실제 각 가맹본부가 자정안을 따르지 않거나 어길 경우 프랜차이즈협회가 할 수 있는 방안은 “공정위에 신고”하는 것뿐이다. 이는 가맹점주들이 줄기차게 취한 행동이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연석회의가 입법화를 촉구하는 이유다.

권씨를 처음 만난 지난 7월, ‘왜 독립 매장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독립 매장이요? 프랜차이즈보다 더 빨리 망해요. 해봤으니까 알죠. 우리가 이러는 게 본사에 억하심정이 있어서가 아니에요. 다시 프랜차이즈 매장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돼요. 지금은 장사가 잘 돼도 가맹점주는 고생만 하고 돈을 못 버는 구조에요. 갑질을 못 하도록 법으로 못 박아야 합니다.”

20대 국회엔 총 41개의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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