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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서로 모른다는 흥진호 나포사건, 그 진실을 알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북한에 나포됐다가 지난달 27일 송환된 ‘391흥진호’의 조치 과정과 발표 내용은 의문 투성이다. 심지어는 누군가 중간에서 통제하고 조작했다는 의심까지 든다. 현재 구축된 어선들에 대한 위치정보와 보고체계는 거의 자동화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당국은 자세한 설명 없이 거두절미하고 결과만 발표했다. 북한이 나포된 흥진호의 송환을 발표를 듣고서야 알았다고 했다. 해상 상황을 수시로 교환하는 해경과 해군은 물론 송영무 국방부 장관조차도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어선에는 위치추적단말기가 장착돼 있어 어선의 위치가 수협 소속 어업정보통신국의 상황판에 자동으로 게재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어선은 또 항구를 출항한 뒤부터는 2시간마다 보고하도록 돼 있다. 그렇다면 흥진호는 20일 오전에 출항한 이후 울릉도나 묵호항의 어업정보통신국으로 계속 보고했을 것이다. 흥진호의 정기보고가 없으면 어업정보통신국이 1차적으로 흥진호에 전화를 걸어 확인할 수 있다. 그래도 문제가 있으면 곧바로 해경과 해군 등에 상황을 전파하는 게 원칙이다. 만약 어업정보통신국이 상황을 관련 기관에 알렸는데도 후속조치가 없었다면 위기관리체계의 심각한 구멍이다. 이런 나포 상황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국민을 속이는 행위다.

흥진호가 나포되는 과정에서 보고가 없었다는 점도 믿기 어렵다. 흥진호는 북한 어업지도선이 추격해 오자 1시간가량 도망다녔다. 흥진호가 정상적이라면 구조요청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해경은 이런 과정 없이 21일 ‘위치보고 미신고 선박’으로 분류했다. 사실 흥진호 선원들은 북한에 나포된 뒤 억류돼 영영 돌아오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해경이나 해수부의 이번 조치는 석연찮고 무책임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세월호 사고 때나 다름없다. 정부는 흥진호 나포 사건의 진상부터 철저히 조사해 공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