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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랑 사는 게 똑같네? 따뜻한 저녁 한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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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JTBC ‘한끼줍쇼’의 한장면. 프로그램의 인기가 오르며 톱스타들의 출연이 줄을 잇고 있다. ‘밥동무’로 출연한 방탄소년단 정국과 진. [사진 JTBC]

JTBC ‘한끼줍쇼’의 한장면. 프로그램의 인기가 오르며 톱스타들의 출연이 줄을 잇고 있다. ‘밥동무’로 출연한 방탄소년단 정국과 진. [사진 JTBC]

어느 날 저녁, TV 속에서만 보던 연예인이 우리 집 초인종을 누르고 “저녁밥 한 끼 달라”고 한다면? 많은 이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져보게 한 프로그램이 있다. JTBC 프로그램 ‘한끼줍쇼’다. MC인 이경규와 강호동이 게스트들과 함께 특정 동네를 돌아다니며 가정집에 들어가 저녁을 함께 먹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0월 시청률 2.8%(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해 1년이 지난 현재 오후 10시 50분 편성임에도 불구하고 5~6% 시청률을 넘나든다. 매달 한국갤럽이 발표하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조사에서도 20위 내에 자리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JTBC ‘한끼줍쇼’ 이유있는 흥행 #방송 1주년, 시청률 5~6%로 인기 #톱스타와 함께 나누는 저녁 밥상 #1인 가구부터 4대 가족까지 등장 #“밥을 먹으며 철학을 나눈다”

메인 연출을 맡고 있는 JTBC 방현영 PD는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의 힘”을 인기 비결로 꼽았다. 방PD는 “촬영에 나가면 당장 저부터도 오늘은 누가 문을 열어주실까, 어떤 얘기를 해주실까 기대하게 된다”며 “다큐멘터리나 예능 등 모든 콘텐트의 뿌리는 결국 우리 사는 이야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끼줍쇼’는 지난 1년 53회 동안 86곳 가정집의 이야기를 담았다. 1인 가구, 3대·4대 대가족, 동거커플, 이혼남, 예비부부, 신혼부부, 노년 부부 등 한국 내 거의 모든 가족 구성원 형태가 등장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그동안의 상당수 예능들은 일반인들은 배제해왔었는데 ‘한끼줍쇼’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진솔한 이야기를 녹였다”고 말했다.

동방신기 편은 정윤호가 군복무를 한 경기도 양주에서 진행됐다. [사진 JTBC]

동방신기 편은 정윤호가 군복무를 한 경기도 양주에서 진행됐다. [사진 JTBC]

시청자 이모(30·여)씨는 “‘한끼줍쇼’를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의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며 “가정적인 남편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럴 때마다 ‘확실히 우리나라가 많이 달라지고 있구나’ 매번 느낀다”고 말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밥을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식구(食口)라는 공동체가 된다는 전통적 가치관이 공감을 끌어낸다”며 “특히 수억원을 버는 사람도 어마어마한 걸 먹지 않지 않느냐. ‘사는 모습 다 똑같구나’ 하면서 자연스럽게 동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작진들은 촬영현장에서 “철학자가 되는 것 같다”는 말을 서로 주고 받는다고 한다. 가장 인상적인 일반인 출연자로 김포시 운양동의 동거커플을 꼽은 방PD는 “그분들이 ‘(우리 관계를) 남한테 설명하기가 어려운거지, 내 스스로는 어렵지 않다’고 얘기하는데 제작진 모두가 동시에 ‘아’하고 감탄했다”며 “제작진도 많은 걸 깨닫고 배우는 프로”라고 말했다.

24년 만에 처음 호흡을 맞춘 두 MC의 케미도 프로그램을 빛내는 요소다. 방PD는 “이경규씨가 짜증내는 경우에도 강호동 씨가 전혀 기죽지 않고 오히려 기합을 넣는다”고 전했다. 또 “이경규씨는 수시로 제작진에게 전화해 동네 선정이나 진행 아이디어를 낸다”며 “영화를 제작해본 적이 있어 그런지 프로그램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경규는 지난 7월 일본을 찾았을 땐 스스로 “일본에서는 더욱 정중하게 부탁해야 한다”며 직접 아는 일본 전문가에게 물어 ‘저녁밥 부탁 멘트’를 적어오기도 했다.

염리동 편에 나온 일반인의 밥상. [사진 JTBC]

염리동 편에 나온 일반인의 밥상. [사진 JTBC]

프로그램의 특성상 민폐 논란과 사생활 공개에 대한 우려가 간혹 나오기도 한다. 제작진이 특히 신경쓰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때문에 1차 촬영허락을 받은 다음에도 “진짜 방송에 나가도 되느냐”고 재차 확인을 거치는 별도의 작가팀까지 있다. 촬영에 부담을 안주기 위해 스태프들은 5시 반에 도시락을 먼저 챙겨 먹는다.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안 되며, 이미 밥을 먹은 가정은 안 된다는 등 규칙도 있다.

방송 초기엔 아무런 대본도 없었고, MC들이 초행길일지라도 길 안내도 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프로그램이 알려지면서 안전 문제 때문에 게스트 등장 장면에 참고 대본이 있고 출연진에게 대략적인 길 안내를 하기도 한다. 이야깃거리가 있는 동네를 선정하며 2~3명의 작가팀, PD·FD·카메라감독 등 7~8명의 연출팀이 사전 답사를 통해 동네를 공부한다. 최근에는 게스트들과의 인연이 있는 동네를 많이 찾고 있다.

최근 3회차 시청률 결과를 보면 ‘한끼줍쇼’의 연령별 평균 시청률은 50대가 가장 높고, 다음으로는 40대, 30대 순이다(TNMS). TNMS 최치원 연구원은 “이웃과 함께 식사한다는 전통적인 삶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공동체의 의미를 환기시켜 중장년층 시청자들이 특히 공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방PD는 “집 밖에서 저녁을 해결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끼줍쇼’ 일반인 어록

“ (우리 관계를)남한테 설명하기가 어려운거지, 제 인생에 스스로 설명하긴 어렵지 않아요. 내 안에서는”
-동거커플 가정(64호 가정)

“ ( 소망이 있느냐는 질문에) 올바로 잘 살다가 잘 죽는 거”
-손자와 할머니 가정(32호 가정)

“ 1년 1년 지날수록 안 힘든게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근데 그것 때문에 우울해하면 저만 힘든거니까 …”
-뮤지컬 지망생 1인 가구(22호 가정)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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