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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HOT이슈] "강간범이 성희롱" 고영주 두고 '으르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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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질의를 듣고 있다. 박종근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질의를 듣고 있다. 박종근 기자

여야가 한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舌戰)을 벌였다. 팽팽한 긴장감이 계속됐다. 국정감사 마지막날인 31일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장에서다. 방통위의 ‘공영방송 장악’이라며 국회 보이콧까지 했던 자유한국당과 ‘국민 여론은 방송 정상화’라며 한국당을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해 온 더불어민주당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시작부터 신경전이었다. 박대출 한국당 의원이 신경민 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은 “기관 증인이 죄인이냐.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무리한 발언에 대한 사과하라”고 했다. 신 의원은 지난 27일 MBC 방송문화진흥회 국감에서 한국당 의원총회에 다녀온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똑바로 하시라”, “위원장에게 맞짱 뜨나”고 언쟁을 벌였었다. 신 의원이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신 의원은 “국감에 증인으로 와서 방송장악이라고 국회 보이콧을 하는 정당의 의총장에 가는 게 부적절하다는 것은 명심보감에 해당하는 상식이자 처신”이라며 “공영방송 이사장으로 중립성과 객관성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잘못한 건 고 이사장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라며 “방송을 이 지경으로 만든 강간 추행범이 도리어 나를 성추행하는 느낌”이라고 일갈했다.

신 의원의 발언에 국감장이 술렁였다. 발언권을 얻은 박대출 의원이 나서 “이런 모욕적인 발언으로 국회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일에 대해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맞섰다. 민주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김성수 의원은 “지난번 국감 때 한국당 의원들은 이효성 위원장을 ‘적폐위원장’이라고 호칭하고 김용수 과기부 차관을 ‘시정잡배’보다 못하다고 했다. 시정잡배는 불량배나 깡패를 두고 하는 말”이라며 “신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으면 우리도 윤리위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은 “과하다 싶은 발언이 양쪽에서 다 나오고 있다. 보고 있기도 불편하다. 둘 다 그만하라”고 말했다. 국감은 시작 30분 만에 정회됐다.

지난 13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효성 방통위원장 사퇴 팻말을 붙이고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난 13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효성 방통위원장 사퇴 팻말을 붙이고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재개된 국감에선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타겟이었다. 한국당은 특히 방통위가 MBC 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에서 정치인의 요청을 받은 적이 있는지 따지고 들었다.

▶ 김정재 한국당 의원=“(MBC 이사진 선임 앞두고) 정치인들 중에 전화한 사람 있나?”
▶ 이효성 방통위원장=“특정한 정치인은 없었다”
▶ 김 의원=“허욱 부위원장은 정치인에게 전화받은 적 없나?”
▶ 허욱 부위원장=“따로 전화받은 적 없다”
▶ 김 의원=“한 통도 없나?”
▶ 허 부위원장=“없는 것 같다”
▶ 김 의원=“없는 것 같다니? 정확하게 얘기하시라”
▶ 허 부위원장=“없다”
▶ 김 의원=“두 분 다 없다고 했다.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방통위원장과 부위원장 통신기록을 제출해달라”

김 의원의 요구에 허 부위원장이 “개인 정보이고 사생활이 담겨 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내용이 아니라 통신기록이다. 숨길 게 있나”고 허 부위원장을 다그쳤다.

3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위원장,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 조인석 KBS 부사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박종근 기자

3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위원장,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 조인석 KBS 부사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박종근 기자

그러자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이효성 위원장에게 “MBC 방문진 이사장 해임하라고 요구한 적 있냐”고 물었고 이 위원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의원은 “지금 공영방송을 정상이라고 보는 국민이 많나. 비정상으로 보는 국민이 많냐”며 “지금 한국당 의원들이 근조를 가슴에 달고 국감에 나왔는데 이것은 지금 현실에서 공영방송이 죽었다는 차원에서 그런 것 아니냐”고 비꼬기도 했다.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국정감사가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렸다. 이날 국감은 자유한국당 불참하에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간사의 사회로 진행됐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의원질의를 듣고 있다.강정현 기자/171027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국정감사가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렸다. 이날 국감은 자유한국당 불참하에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간사의 사회로 진행됐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의원질의를 듣고 있다.강정현 기자/171027

이효성 위원장의 소신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김성수 의원은 이 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공개 발언한 고영주 MBC 이사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이 위원장은 “특정인(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단정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고 그렇게 지칭한 분을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며 고 이사장을 비판했다. 김정재 한국당 의원은 이 위원장에게 “고 이사장이 왜 그런 발언을 한 지는 알고 있냐”고 했고 이 위원장은 “알고는 있는데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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