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법원 하나뿐인 TK…대구고법, 지법 신설 논의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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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대구·경북 시·도민과 함께하는 사법포럼'이 열렸다. 김상동 경북대 총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30일 오후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대구·경북 시·도민과 함께하는 사법포럼'이 열렸다. 김상동 경북대 총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지방법원이 1곳뿐인 대구·경북 지역에 지법을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0만㎢ 면적에 5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살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을 지법 1곳이 관할하면서 지역민의 사법접근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구 500만 이상 대구·경북에 지방법원은 한 곳뿐 #"인구 800만 경남엔 지법 3개…사법접근권 침해" #버스 타고 5시간 걸린단 말에 소송 포기한 경우도

대구법원 시민사법위원회와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은 30일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대구·경북 시·도민과 함께하는 사법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선 학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이 나서 대구·경북 지역의 제한된 사법접근권에 대해 지적하고 지법 신설을 통해 이를 해소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각 고등법원 산하 지방법원 수를 살펴보면 서울고법 산하에 7개 지법, 부산고법 산하에 3개 지법, 대전고법과 광주고법 산하에 각각 2개 지법이 구성돼 있다. 대구고법은 대구지법 1곳뿐이다.

포럼에서는 김규원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방분권 관점에서 본 사법접근권 제고', 강동원 대구고법 기획법관이 '경북북부지방법원 신설의 필요성과 전망', 김용수 변호사(안동지방변호사회장)이 '경북북부지역 주민의 사법접근권 현황과 향상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규원 교수는 지방분권의 측면에서 대구·경북 지역민의 사법접근권 향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방분권이란 지역민 스스로 지역 문제 해결과 공동체 안정을 위한 권한과 자원이 보장되는 것"이라며 "경북북부 지역민을 위한 사법접근권을 높이는 일은 실질적인 지방분권의 시험대"라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 전경. 대구=김정석기자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 전경. 대구=김정석기자

강동원 기획법관은 지법 1곳이 관할하기에는 인구와 면적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강 기획법관은 "인구가 800만 명 정도인 경남은 지법 수가 3개에 이르지만 인구가 500만 명 이상인 대구·경북은 1개뿐"이라며 "관할 면적도 넓어 경북도청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을 제기했을 경우 재판을 받기 위해 1시간40분 거리인 115㎞가량을 이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용수 변호사도 경북 북부지역 주민들이 겪는 불편함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김 변호사는 "경북 봉화군 서벽리에 사는 주민이 대구지법에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고 5시간, 자가용으로 3시간 정도가 걸린다. 그 이야기를 듣고 소송 제기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직장인의 경우 휴가를 써야 하고 몸이 불편한 노인은 이동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열린 '대구·경북 시·도민과 함께하는 사법포럼'에서 김용수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30일 오후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열린 '대구·경북 시·도민과 함께하는 사법포럼'에서 김용수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대구고법은 앞으로 안동시를 비롯한 경북북부지역의 기관·단체장, 전문가와 협력해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경북도청 이전에 따른 인구와 사건 수 증가 상황을 분석해 수요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더불어 법원박물관, 솔로몬파크 등 시설 설치도 검토하고 있다.

사공영진 대구고법원장은 "대구·경북의 인구가 늘어나고 경북 북부에 도청이 이전하면서 지역민의 사법접근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권리 빈곤 현상'에 대한 걱정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번 포럼을 계기로 사법 서비스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한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실현 방안이 도출돼 사법접근권이 향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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