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44명이 직접 시나리오 쓰고 연출한 재난안전대피훈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동광초 학생들이 보은소방서 대원들에게 소화기 사용 요령을 배우고 있다. [사진 충북교육청]

동광초 학생들이 보은소방서 대원들에게 소화기 사용 요령을 배우고 있다. [사진 충북교육청]

초등학생들이 재난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쓰고 각자 역할을 나눠 대피 요령을 익히는 훈련이 진행된다.

충북 보은 동광초, 학생들이 만든 매뉴얼로 31일 대피훈련 진행 #지진 발생 가정해 상황전파·환자이송·안전유도·응급처치팀 역할

30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보은군 동광초등학교 학생과 교직원 600여 명은 31일 오후 2시 재난대비 안전훈련을 한다. 동광초 5학년 학생 44명이 한 달 동안 준비를 과정을 거쳐 손수 만든 대피 매뉴얼과 안전대피지도를 토대로 한 훈련이다. 상황전파·환자이송·안전유도·응급처치·외부지원팀 등으로 역할을 나눠 진행한다.

이번 훈련은 행정안전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어린이 재난안전훈련’의 일환이다. 지난해 2개 학교가 참여했으며 올해 전국 17개 시·도별로 각 1개 초등학교를 선정해 5주간의 과정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재난 발생 시 학생 스스로 안전을 확보하고 응급상황에 대비하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동광초 학생들이 어린이 재난안전훈련캠프 일환으로 진행된 교육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있다. [사진 충북교육청]

동광초 학생들이 어린이 재난안전훈련캠프 일환으로 진행된 교육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있다. [사진 충북교육청]

조성남 동광초 교사는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이 효과적으로 대피할 수 있는 이동통로를 정하고 토의를 통해 재난 대피 안전지도를 만들었다”며 “학생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매뉴얼을 고치기 위해 소방서 등 유관기관을 찾아가 자문도 구했다“고 말했다.

동광초 학생들은 지난 9월 25일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4주간 연습해 왔다. 명우예술심리상담센터 홍정의 박사와 서경대 김영희 연구위원, 나사렛대 유현배 교수, 지진전문가와 소방관계자가 지원단으로 도움을 줬다. 동광초 5학년 학생 44명은 그동안 학교 주변 안전위험요소를 파악하고 현장에 적합한 안전 매뉴얼을 작성했다.

화재발생을 알리는 경보음이 울리자 입을 막고 대피 동선을 따라 이동하는 학생들. [사진 충북교육청]

화재발생을 알리는 경보음이 울리자 입을 막고 대피 동선을 따라 이동하는 학생들. [사진 충북교육청]

학생들이 가정한 훈련은 지진 발생 대피 시 행동요령이다. 훈련 당일 오후 2시 지진 발생을 알리는 경보가 울리면 교실에 있는 학생들은 책상 밑으로 몸을 숨긴다. 운동장에 있던 학생들은 건물에서 멀리 떨어져 운동장 한가운데로 피난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지진으로 정전이 된 깜깜한 상황을 가정, 안대를 쓴 6학년 학생들이 도우미 역할을 맡은 친구를 따라 안전지역으로 이동하는 훈련도 진행한다.

화재 발생 대피훈련도 이뤄진다. 학생들은 경보가 울리면 화재현장을 확인, 소방서에 신고하고 큰소리로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화재 발생을 알릴 예정이다. 젖은 수건으로 입을 막고 낮은 자세로 신속하고 안전하게 피난하는 것을 체험하면서 재난의 위험성을 느끼게 된다.

동광초 5학년 학생들이 재난 대피 매뉴얼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 충북교육청]

동광초 5학년 학생들이 재난 대피 매뉴얼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 충북교육청]

교직원들은 시나리오에 맞춰 대피와 화재 초기 진압, 부상자 응급처리를 하는 등의 훈련에 동참한다. 보은소방서와 보은경찰서, 보은보건소, 보은군청 관계자들도 이날 초등학생들의 재난대피 훈련에 참여할 계획이다.

훈련을 준비한 곽은호(12)군은 “친구들과 직접 훈련과정을 만들면서 일상에서 겪지 못했던 화재와 지진의 위험성을 실감하게 됐다”며 “응급처치 요령과 상황전파 요령, 신속한 대피 방법을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동광초 안전유도팀 학생들이 만든 매뉴얼. [사진 충북교육청]

동광초 안전유도팀 학생들이 만든 매뉴얼. [사진 충북교육청]

보은=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