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 살아있었는데 ‘출동’ 말만 하고 사무실에 있던 경찰들, TV·휴대전화 봤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30일 밤 11시45분 피해자 김 양의 어머니가 망우지구대로 들어왔을 당시 일부 경찰은 야구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오른쪽)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JTBC 방송 캡처]

지난달 30일 밤 11시45분 피해자 김 양의 어머니가 망우지구대로 들어왔을 당시 일부 경찰은 야구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오른쪽)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JTBC 방송 캡처]

 서울 중랑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수사관들이 ‘어금니 아빠’ 이영학(35) 사건의 피해 여중생이 실종됐을 당시 즉시 현장에 출동해 지구대와 함께 수색하라는 ‘코드1’ 지령을 무시하고 TV를 보거나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서울경찰청은 25일 발표한 감찰 조사 결과에서 “초동 대응 부실로 ‘골든타임’을 놓쳤다. 매뉴얼대로 조치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 JTBC 방송 캡처]

[사진 JTBC 방송 캡처]

지난달 30일 오후 11시20분 피해 여중생 김모(14)양의 어머니로부터 처음 신고를 받은 112상황실은 중랑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에 ‘코드1(즉시출동)’ 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출동 의무가 있는 중랑서 여성청소년수사팀장 등 3명은 현장으로 가지 않았다. 감찰에서 담당 경찰인 A순경 등은 무전으로 “출동하겠다”고 보고를 하고도 사무실에 머무른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JTBC에 따르면 이때 김 양은 살아있었다.

그렇다면 ‘코드1’ 지령에도 출동하지 않고 사무실에 머물던 이들은 무슨 행동을 했을까. 29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무전기로 “알겠다”고 한 수사관은 답변 후 자신의 휴대전화 화면만 바라봤다고 한다. 다른 수사관은 의자를 뒤로 젖힌 채 TV만 봤다. 파티션 사이에 가려진 수사관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의 이 같은 행동은 다른 사건을 조사하기 전인 오후 11시59분까지 계속된 것으로 전해진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간 망우지구대 소속 경찰관도 김양의 행적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밤 11시45분쯤 김양의 어머니는 망우지구대를 방문했다. 당시 지구대 경찰은 실종 신고를 접수하면서도 보호자에게 김 양이 마지막으로 어디서 누굴 만났는지는 묻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영기 서울지방경찰청 특별조사계 경정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피해 여중생 실종 사건 초동대처 부실 의혹과 관련한 감찰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조사결과 현장 경찰관들이 실종사건 대응지침을 위반하고, 경찰서장 등 관리책임자가 지휘·감독 소홀 한 점이 인정되어 중랑경찰서장, 여성청소년과장 등 사건 관계자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 했다고 밝혔다. [뉴스1]

최영기 서울지방경찰청 특별조사계 경정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피해 여중생 실종 사건 초동대처 부실 의혹과 관련한 감찰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조사결과 현장 경찰관들이 실종사건 대응지침을 위반하고, 경찰서장 등 관리책임자가 지휘·감독 소홀 한 점이 인정되어 중랑경찰서장, 여성청소년과장 등 사건 관계자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 했다고 밝혔다. [뉴스1]

경찰은 부실 대응을 한 중랑서 여성청소년과장·상황관리관 등 8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관리 책임자인 중랑서장에게는 곧 문책성 인사 조치가 진행된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