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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개점휴업 중소벤처부, 새 선장 태우고 순항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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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현주 산업부 기자

최현주 산업부 기자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한 지 말이다. 새 정부는 중기부를 ‘일자리 창출의 핵심 부처’라고 칭하며 덩치를 키웠다.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다.

정책실장 포함 11개 고위직 공석 #홍종학 장관 후보자는 논란 계속돼 #중소기업인·자영업자 2600만명 #신뢰 줄 수 있는 인물이 수장 맡아야

장관급 부처로 격상했지만 중기부는 현재 ‘개점휴업’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인·소상공인·자영업자까지 2600만 명을 책임지는 배를 이끌 선장이 없어서다.

장관을 비롯해 정책실장·성장지원정책관 등 11개 고위 간부직 자리가 공석이다. 지시하는 사람도, 결제할 사람도 없으니 일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공식 현판식은 물론 대통령 업무 보고도 하지 못했다. 이미 장관 없이 국회 국정감사를 치르는 상황에 놓였다.

정부는 8월 중기부의 수장으로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를 내세웠다. 박 교수는 역사관과 창조과학 신봉 논란이 일자 지난달 15일 사퇴했다. 이후 38일이 지난 이달 23일 홍종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다시 후보자로 내세웠다.

홍 후보자는 지명된지 이틀 만에 페이스북에 소감을 올리는 것으로 후보자 일정을 시작했다. ‘문재인 호의 마지막 승선자’를 자청했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홍 후보자는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핵심 경제 정책을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만큼 예산 확보나 정책 추진에 힘이 실릴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시민운동도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활동했고, 2000년과 2001년 논문과 저서에서 재벌(대기업)을 암세포에 비유할 정도로 반기업 정서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간의 이런 행보는 약자의 편에서 목소리를 내줄 것이라는 기대도 모은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크다. 반기업 정서가 강한 만큼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같은 방안을 밀어붙일 수 있고 이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등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19대 국회의원 활동 당시 만든 면세점법 개정안도 그렇다. 재벌면세점의 독과점을 줄이고 중소면세점과 공정하게 경쟁하는 환경을 만든다는 취지로 경쟁입찰, 특허기간 단축(10년→5년)을 도입했다. 하지만 결국 면세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고용·투자 불안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표리부동한 언행도 논란이다. 홍 후보자는 평소 재벌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내 ‘재벌 저격수’로 불렸다. 홍 후보자는 “과다한 상속·증여가 이뤄지면 부의 대물림으로 인해 근로 의욕이 꺾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정한 제어 수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본인은 물론 배우자와 외동딸(13)까지 수십억원의 재산을 증여받은 사실이 도마에 올랐다. ‘쪼개기 증여’ 의혹도 있다. 홍 후보자와 배우자, 딸이 아파트와 상가의 지분을 나눠서 증여 받아 세금을 줄였다는 것이다. 중학생인 딸은 외할머니에게 받은 상가에서 한 달에 500만원의 임대수익을 얻고 있다. 후보자측은 “절차에 따라 증여세를 정상적으로 냈고 할머니(장모)가 주시는데 안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커지고 있다. 홍 후보자가 무사히 승선할지, 또 다른 누군가가 지휘봉을 잡을지는 두고 볼일이다. 분명한 것은 중기부의 수장을 애타게 기다리는 2600만명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는 부의 대물림을 비판하며 ‘재벌 타도’를 외치고 뒤돌아서선 부를 대물리기에 바쁘다면 믿고 따르기 어렵지 않겠는가.

최현주 산업부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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