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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곳곳 누비는 특산물 트럭 … 평균 56.5세 아주머니들의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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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주시 구좌읍에 푸드트럭을 세워놓고 마을 특산물을 판매 중인 송당상회 회원들. [최충일 기자]

제주시 구좌읍에 푸드트럭을 세워놓고 마을 특산물을 판매 중인 송당상회 회원들. [최충일 기자]

“우리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더덕과 표고버섯, 유채기름 삽써(사세요)”

마을법인 공동체 ‘송당상회’ 주목 #부녀회원들이 농산물·가공품 판매 #수다 떨다 신제품 아이디어 발견도

지난 25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의 한 공터에 하늘색 1t 푸드트럭 탑차가 들어섰다. ‘송당상회’라고 적힌 트럭에는 말린 고사리와 표고버섯, 더덕, 비자나무 열매, 유채꽃, 동백나무 기름 등이 실려 있었다. 모두 송당마을에서 직접 재배하거나 사들인 상품들이다. 관광차 제주를 찾은 박순예(70·여·창원시)씨는 비자나무 열매의 맛을 본 뒤 “어릴적 고향에서 먹었던 비자나무 열매 맛”이라며 “제주 여행에서 뜻밖의 추억을 얻어간다”고 말했다.

마을주민들이 직접 푸드트럭으로 제주 곳곳을 누비며 마을 특산품을 판매하는 ‘송당상회’가 주목받고 있다. 평균 연령 56.5세의 중년 아주머니들이 모여 만든 마을법인 공동체다. 마을 이름이기도 한 ‘송당(松堂)’은 마을 신당 안에 오래된 소나무가 있어 이름 붙여졌다.

농촌의 마을부녀회가 직접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것은 전국 첫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7월 ‘마을을 알릴 수 있는 소일거리를 해보자’며 마을 부녀회원 5명이 모여 푸드트럭을 시작한 게 현재 14명까지 늘었다. 제주관광공사는 이 과정에서 송당마을 푸드트럭을 적극 지원했다. 해안 지역을 위주로 형성된 제주의 관광산업을 산간마을까지 확대하기 위해서다.

송당상회는 회원 모두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마을 주민에게는 특산물을 비싸게 구매하고 손님들에게는 싸게 팔자’는 게 사업의 첫 번째 원칙이다. 마을에서 생산된 재료만을 판매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품절 마케팅’이 된다.

구성원 모두가 아주머니들이어서 서로 주고받는 ‘수다’가 제품 구상에 큰 역할을 한다. 아이디어 회의는 대화가 가능한 곳이면 언제 어디서든 열린다. 따로 팔던 비자·유채·동백기름을 하나로 묶어 ‘미인기름 소원보따리’로 내놓은 아이디어도 ‘수다 회의’에서 나왔다. 단순히 수다를 떠는 것 같지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나오는 그들만의 ‘신제품 런칭 회의’인 셈이다.

비자기름의 경우 2만5000여 그루의 비자나무에서 자연적으로 떨어진 열매만을 사용해 만든다. 비자 열매 20㎏을 짜면 5㎏정도를 얻는 비자기름은 음식의 잡내를 잡아주고 깔끔한 맛을 살려준다.

김순옥(63) 송당상회 회장은 “마을의 이름을 걸고 장사를 하는 만큼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으려 한다”며 “주민들에게 특산물을 비싸게 사는 것은 농사의 어려움을 알기 때문이고, 손님들에게 싸게 파는 것은 송당마을의 인심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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