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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학 사건 첫 신고 때 중랑서 출동 않고도 “출동” 보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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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어금니 아빠’ 이영학(35) 사건 초동 대응 과정에서 허위 보고 등의 문제가 있었다는 감찰 결과가 나왔다. 서울경찰청은 25일 “초동 대응 부실로 ‘골든타임’을 놓쳤다. 매뉴얼대로 조치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초동 대응 부실’ 감찰 결과 발표 #8명 징계위 회부, 중랑서장 문책 #성폭행 혐의 계부는 숨진 채 발견

지난달 30일 오후 11시20분 피해 여중생 김모(14)양의 어머니로부터 처음 신고를 받은 112상황실은 중랑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에 즉시 현장에 출동해 지구대와 함께 수색하라는 ‘코드1’ 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출동 의무가 있는 중랑서 여성청소년수사팀장 등 3명은 현장으로 가지 않았다. 감찰에서 담당 경찰인 A순경 등은 무전으로 “출동하겠다”고 보고를 하고도 사무실에 머무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감찰 조사에서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간 망우지구대 소속 경찰관도 김양의 행적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김양 어머니가 이영학의 딸과 통화하는 것도 귀담아듣지 않아 핵심 단서 확인 기회를 놓쳤다”고 설명했다. 중랑서 여성청소년과장은 팀장으로부터 지난 2일 “범죄 연관성이 의심된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이틀 뒤인 4일에 서장에게 보고했다.

중랑서는 이튿날 새벽에 출동 의무가 있는 다른 ‘코드1’ 실종신고 3건을 접수했지만 한 번도 출동하지 않았다.

실종자 가운데 한 중년 여성은 이날 오후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부실 대응을 한 중랑서 여성청소년과장·상황관리관 등 8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관리 책임자인 중랑서장에게는 곧 문책성 인사 조치가 진행된다.

한편 이영학의 아내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온 그의 의붓아버지 배모(59)씨가 25일 오후 1시27분쯤 강원도 영월의 자택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배씨의 옷 주머니에는 “누명을 벗겨달라”는 내용의 글이 담긴 메모지가 있었다. 배씨는 “성관계는 있었지만 강압·폭력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중랑서는 이영학의 딸(14)에 대해 이날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김준영 기자, 영월=박진호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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