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에 대응" '진보'쪽의 재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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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를 자처하는 학술단체 모임인 학술단체협의회(이하 학단협) 박경 상임대표는 17일 "학문 분과별로 교과서소위를 만들어 교과서를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학단협은 16일 소속 단체에 새로운 교과서소위원을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교수노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과 보조를 같이 하는 것도 논의 중이다. 다음달 4일 열릴 운영위에서 구체적 방향이 나올 예정이다.

◆ 뉴 라이트에 대한 진보의 반격=학단협 전 상임대표인 한신대 이세영 교수는 "뉴 라이트 진영의 주장과 움직임에 대한 견제와 경쟁 측면이 있다"고 새 교과서 제작 움직임의 배경을 설명했다.

뉴 라이트 진영이 지난해부터 역사.경제 교과서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뉴라이트 진영의 '교과서포럼'은 지난해 1월 고교용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6종을 분석, "폐쇄적 민족주의와 한물간 수정주의적 시각으로 쓰였으며 많은 오류와 왜곡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지난해 10월 재정경제부.한국은행 등과 함께 114가지 초.중.고교 경제 교과서를 분석해 "시장경제를 부인하는 듯한 내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교육인적자원부도 이 같은 비판을 수용, 15일 전경련과 '경제교육 내실화를 위한 공동협약'을 체결했다.

이런 상황은 진보 진영을 다급하게 만들었다. 박 대표는 "기존 경제 교과서가 잘못됐다는 발표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굉장히 신자유주의적일 뿐 아니라 시장경제에 편향된 관점이어서 진보 진영에서 시급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겠다고 여겼다"고 전했다.

◆ 경제.역사 교과서에선 격돌=뉴 라이트 진영에선 현재 경제와 근현대사 교과서를 집필 중이다. 전경련에선 이미 지난해 11월 중학교용 '즐겁게 배우는 체험경제'를 내놓았다.

진보 진영에선 이보다 과목 수를 늘려 잡았다. 사회(경제 등).역사.철학(국민윤리).시민사회 등이다. 이세영 교수는 "현재 사용하는 국정교과서의 기본 골격은 유신 때 만들어진 것"이라며 "내용이나 제도 모두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뉴 라이트 진영의 자유주의연대 신지호 대표는 "국민의 정부 이후 7차 교육과정이 제시되면서 역사.경제 교과서가 좌편향된 게 교과서 문제의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고정애.이원진 기자

◆ 학술단체협의회=민주화운동의 성과를 바탕으로 1988년 창립된 진보 성향의 학술단체 모임이다. 학술단체 간 교류와 공동연구로 학문 발전과 사회 민주화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창립 당시 10곳이던 회원단체가 현재 22곳으로 늘었다. 민족문제연구소.민주주의법학연구회.역사문제연구소.한국산업사회학회.한국역사연구회.한국철학사상연구회.한국사회경제학회 등이 가입해 있다. 전체 회원은 2500여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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