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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車 신화' 무너지나..."무자격 검사 20년 고질"

중앙일보

입력

일본 닛산자동차가 무자격자에게 출하 전 안전검사를 맡긴 것과 관련 대규모 리콜을 결정한 가운데 이 같은 무자격 검사 관행이 최소 20년전부터 이뤄졌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닛산은 전날 국내 전체 6개 공장의 출하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닛산자동차 사이카와 히로토 사장이 19일 기자회견에서 무자격자 검사 관행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교도 로이터=연합뉴스]

닛산자동차 사이카와 히로토 사장이 19일 기자회견에서 무자격자 검사 관행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교도 로이터=연합뉴스]

NHK는 20일 닛산자동차에서 무자격자가 자동차 출하 검사를 하는 사례가 적어도 20년전부터 행해졌다는 사실이 밝혀져, 국토교통성이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을 닛산 측에 강하게 요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NHK "무자격 검사 20년 가까이 지속" #대규모 리콜 결정 후에도 계속 #국내 6개 공장 출하 전면 중단...추가 리콜도 검토 #닛산車 사장 "조직적이고 고질화" 사죄 #국토교통상 "일본 제조업 신뢰 흔든 행위" #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 같은 부정이 닛산의 부활 신화를 이끈 카를로스 곤 사장의 취임 이후에도 계속된 것이어서, 간신히 회복한 닛산의 신뢰에 흠집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닛산은 이달 초 국토교통부의 실태조사에서 무자격자 검사가 밝혀져, 116만대 차량 리콜을 실시하기로 했다. 문제의 출하 검사는 자동차의 안전성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공정으로 정부가 의무화하고 있는 중요한 공정이다.

그런데 정부의 지적 이후에도 이같은 무자격 검사가 이뤄졌을 뿐 아니라 1곳 이 아닌 가나가와(神奈川)현 쇼난(湘南)공장 등 4개 공장에서도 이뤄진 사실이 최근 추가로 발각됐다. 이에 따라 닛산은 19일 일본 내 전체 6개 공장의 출하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적절한 검사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 약 3만4000대에 대해서 추가로 리콜 신고를 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닛산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격을 갖고있지 않은 사람이 검사하는 일이 조직적으로 고질화됐다”며 고개를 숙였다.

닛산자동차 사이카와 히로토 사장이 19일 기자회견에서 무자격자 검사 관행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교도 로이터=연합뉴스]

닛산자동차 사이카와 히로토 사장이 19일 기자회견에서 무자격자 검사 관행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교도 로이터=연합뉴스]

닛산은 뒤늦게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자동차 검사 장소를 1곳으로 일원화 하고, 자격을 가진 검사원 이외에는 출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또 완성차 검사원 양성 프로그램도 20여년만에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닛산자동차가 자랑해온 ‘카를로스 곤과 닛산의 부활 신화’도 흔들리고 있다. 곤 회장은 닛산이 경영위기에 빠져 르노가 1999년 3월 닛산 주식을 취득해 닛산과 자본 제휴를 한 뒤, 같은 해 6월 닛산의 최고집행 책임자(COO)에 취임했다. 2001년 최고경영자(CEO)로 선출돼 18년간 닛산이 신뢰를 회복하는데 기여했다.

닛산 측은 이번 문제가 곤 회장 시절 일어난 것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곤씨 시대에 일어난 일인지는 모르지만 지금부터 조사하겠다”고 답했다. 아사히 신문은 “소비자의 신뢰 실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닛산의 글로벌 전략이 발밑부터 흔들릴 것 같고, 세계시장에서도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시이 케이이치((石井啓一) 국토교통상은 “높은 품질로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일본 제조업에 대한 신뢰를 흔든 행위다. 지극히 유감”이라며 닛산과 최근 고베제강의 데이터 조작 사태를 비판했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 역시 “일본의 제조업에서 특이한 사례가 나와 유감”이라고 밝혔다. 닛산자동차의 무자격 검사와 고베제강의 데이터 조작이 수십년에 걸친 고질적 관행임이 드러나면서 일본 제조업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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