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균 시리얼' 오명 동서식품 3년 만에 '무죄'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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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균군이 검출된 시리얼을 정상 제품에 섞어 판매한 혐의(식품위생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동서식품 임직원들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2012년 자체 검사서 대장균군 검출 #정상 시리얼에 섞어 팔았다가 기소 #법원 "최종 제품 위생 문제 없어" #"판매 전 열처리로 미생물 제거 돼"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동서식품과 이 회사 대표이사 이모(64)씨 등 임직원 5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로써 동서식품은 ‘대장균 시리얼’ 오명을 3년 만에 벗게 됐다.

동서식품

동서식품

동서식품은 2012년 4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충북 진천에 있는 공장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된 시리얼 제품 약 43t을 해체해 정상 시리얼과 1대 9 비율로 섞어 52만개 28억원 어치의 새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동서식품이 자체 품질검사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된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이를 폐기하지 않고 재가공해 정상 제품에 섞어 판 것을 문제 삼았다.

대장균군은 사람이나 동물의 장 속에 사는 대장균과 그 비슷한 균류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대장균군은 섭씨 60도 이상에서 가열하면 사멸한다.

1심 재판부는 “최종적인 제품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위생상 위해를 끼친 것이라 볼 수 없다”며 “특정 식품의 경우 위생상 재가공을 허용하지 말아야 하지만 모든 경우에서 금지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고 현행법에도 맞지 않는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식품위생법 제7조 제4항은 원재료가 아닌 최종 제품에 대해 세균이 없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생긴 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동서식품이 생산한 시리얼 18개 전 품목에 대해 수거 검사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되지 않았다.

동서식품은 “해당 시리얼에서 검출된 것은 대장균이 아니라 ‘대장균군’이었다”며 “대장균군은 쌀을 포함한 농산물 원료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미생물로 대장균군 검출 시 재살균 처리를 하게 돼 있어 재활용이 아닌 공정상 살균 처리를 다시 했을 뿐이다”고 주장했다.

동서식품이 판매하는 시리얼. [중앙포토]

동서식품이 판매하는 시리얼. [중앙포토]

검찰은 “피고인들이 대장균군 검사를 하기 전 포장을 완료한 시점에 이미 시리얼은 더 이상의 제조 공정이 필요하지 않은 최종 제품으로 완성된 것”이라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부(부장 지영난)는 “모든 식품에는 소량의 미생물이 있을 수 있어 시리얼의 원료에 대하여는 대장균군 등이 없을 것을 요구하지 않고 최종 제품에서 대장균군이 없을 것만을 요구하고 있다”며 “제조업체에서 최종 열처리 과정을 통해 미생물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위생상에 위해가 있다고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동서식품의 손을 들어줬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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